150배 레버리지, 국내 증시를 베팅판으로 만들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코스피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초고위험 파생상품이 상장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KORUUSDT'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ETF인 'KORU'를 기초로 하며, 여기에 최대 50배의 레버리지를 더해 사실상 코스피 변동률의 150배까지 손익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코스피가 1%만 움직여도 150%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 방향으로 0.66%만 가도 원금 전액을 잃는 극단적인 상품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었는데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품은 최대 50배 레버리지까지 확대되며 투기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바이비트와 쿠코인 등 다른 거래소들도 KORUUSDT 상장에 가세하며 국내 투자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업비트나 빗썸에서 원화로 테더(USDT)를 구매한 뒤 해외 거래소로 옮겨 24시간 내내 거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KORUUSDT에는 상장 닷새 만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고, SK하이닉스 추종 상품의 누적 거래대금은 10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규제 사각지대, 투자자 보호는 어디에
문제는 이런 고위험 상품이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망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1,000만 원의 기본예탁금을 예탁해야 하지만,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이런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되다 보니 외국환거래법 규율도 받지 않는 실정입니다.
바이낸스는 한국인의 직접적인 국내 주식 연계 상품 접근은 IP 차단과 신분증 확인으로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미국 증시 ETF를 기초자산으로 한 KORUUSDT 같은 상품은 별도의 제한 없이 거래가 가능해 사실상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도의 틈새로 빠져나간 자금은 해외 거래소의 수수료로 흘러가며 국부 유출과 과세 사각지대를 동시에 낳고 있습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이런 현상이 반도체주 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해외 거래소 파생상품의 청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코빗 김민승 리서치센터장 역시 이 상품이 실제 주식 거래 없이 참가자 간 제로섬 게임 형태로 운영된다며, 국내 증시 종료 후에도 가격이 움직여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 금지보다 필요한 제도적 대안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야간이나 휴일에 형성된 해외 파생상품 가격이 다음 거래일 국내 시장에 영향을 주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동국대 강삼모 교수는 이를 사실상 도박판이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시장 성장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은 자국민의 글로벌 플랫폼 직접 이용을 제한하고 현지 법인을 통해 서비스하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제 비슷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히 거래를 막는 것보다, 제도권 안에서 투자자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하고 규제 프레임을 정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자금은 계속해서 보호 장치 없는 해외 베팅판으로 흘러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