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선포와 미국의 지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국경 지역에서 대규모 무력 충돌을 재개하며 사실상의 '전쟁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파키스탄 측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국경 53곳을 기습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공습에 나섰고, 카불과 칸다하르를 표적으로 삼은 공격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에 아프간 군대도 즉각 맞대응하며 2600km에 이르는 국경선을 따라 포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 복잡한 갈등 한가운데서 파키스탄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발언입니다. 그는 파키스탄의 지도자들을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현재 상황에 대해 "아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 국무부 역시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을 통해 파키스탄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워싱턴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랜 불씨, 듀랜드 라인 갈등
이번 충돌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지난 22일 파키스탄이 아프간 국경 일대의 무장단체 근거지를 공습한 데 대한 아프간 측의 보복에서 비롯됐습니다. 파키스탄은 자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 탈레반(TTP)'을 지목하며, 이 단체가 아프간 영토를 은신처로 이용한다고 비난해왔습니다. 그러나 표면 아래에는 훨씬 더 오래되고 해결하기 어려운 뿌리 깊은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19세기 영국이 러시아와의 완충지를 만들기 위해 임의로 그은 '듀랜드 라인'이죠. 아프가니스탄은 이 국경선을 한번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이 역사적·영토적 갈등은 양국 관계에 지속적인 불신과 긴장을 불러왔고, 최근 몇 년 사이 주기적으로 표면화되어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근본적인 국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평화로운 공존은 요원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10월에도 유사한 보복 공방이 벌어져 양측에서 7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악화되는 위기와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
충돌이 격화되자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경제난과 기아에 시달리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전쟁의 포화까지 더해지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국경 인근 주민들은 피난길에 오르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사상자 수에 대해 양측은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파키스탄은 군인 12명을 포함해 자국 측 사망자를 공개한 반면, 아프간 측은 파키스탄군 55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등 정보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주변국들은 적대 행위 즉각 중단과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오랜 숙적 인도가 아프가니스탄 내 반파키스탄 세력을 지원하는 '대리전' 구도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이 관여된 이 지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전체의 안보 지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촉구에도 양측 지도부의 태도가 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아, 평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