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급률 뒤에 숨은 연금의 민낯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연금통계를 보면 수급률은 91.2%까지 올랐고, 월평균 수급액도 처음으로 70만 원을 넘어 73만 7천 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런 표면적인 성과와는 별개로 실제 노인들의 손에 들어가는 돈은 훨씬 적다는 게 문제입니다.
수급액의 중위값은 49만 7천 원에 불과했고, 전체 수급자의 절반에 가까운 50.3%가 월 50만 원 이하의 연금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해 1인 가구 법정 최저생계비가 134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연금이 생계비의 절반도 채워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평균이 중위값보다 무려 24만 원이나 높은 것은 소수 고액 수급자가 통계를 끌어올렸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연금의 형평성과 실효성 사이에서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달라진 노후 생계 공식
흥미로운 점은 노인 소득의 출처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 10년간 66세 이상 노인의 연간 총소득은 79%나 늘었는데, 이런 성장을 이끈 건 자녀가 주는 용돈이 아니었습니다. 사적 이전소득 비중은 20.9%에서 12.1%로 줄어든 반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에서 28.2%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의 노후 보장도 가족 부양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체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공적연금이 노후 소득의 가장 확실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기초연금 단독 수급자와 국민연금 단독 수급자 사이의 연간 소득 격차는 3배 이상 벌어졌습니다. 공적연금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그 혜택을 고르게 누리지는 못하고 있는 겁니다.
커지는 격차와 불안한 미래
연금 수급액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뚜렷하게 갈립니다. 남성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95만 7천 원으로 여성의 54만 6천 원보다 약 1.8배 높았고, 주택 소유자는 무주택자보다 1.6배나 많이 받았습니다. 직역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급액은 278만 원에 달해 국민연금의 5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이런 격차는 과거 경제활동 기간과 소득 수준의 차이가 누적된 결과입니다.
반면 연금을 납부하는 쪽의 상황은 녹록지 않은 편입니다. 1859세 가입자는 2년 연속 줄어 2348만 명에 그쳤고, 특히 20대 가입률만 유일하게 하락해 62.0%를 기록했습니다. 납부자는 줄고 수혜자는 급증하는 구조 속에서 6064세 연령대에서는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인 63세를 기준으로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 현상도 뚜렷한 편입니다. 연금 제도가 공적 보장의 중심으로 서고 있지만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