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에서 쿠데타 가담자까지
정부는 7월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진압, 간첩 조작 사건 등에 가담한 인사 167명에게 수여된 정부포상 198건을 취소했습니다.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진행된 대규모 포상 취소로, 과거 반헌법적 행위에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겁니다.
이번 조치에는 민주화 인사들에게 전기·물 고문을 가하며 '고문 기술자'로 불린 이근안 전 경감의 국무총리표창이 포함됐습니다. 1987년 박종철 열사의 고문 사망 사건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축소·은폐하려 했던 박처원 전 치안감의 훈장 2점과 표창 2점도 함께 취소되었죠.
12·12 쿠데타 당시 정승화 계엄사령관 체포 작전에 가담한 우경윤 준장, 최석립 대령, 백운택 소장 등 신군부 인사들의 포상도 대거 회수됐습니다. 조홍 전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장과 소준열 전 육군 중장 등도 명단에 올랐습니다.
간첩 조작 사건, 취소 건수의 43% 차지
전체 취소 건수의 43%인 86건이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인사들의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된 서훈이라는 점이 특히 눈에 띕니다. 취소 인원의 약 42%인 71명이 중정 및 안기부 소속이었습니다.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으로 20여 명이 구속돼 10년 이상의 형을 살게 한 11·22 사건, 1981년 전남 보성의 정해룡 일가 30여 명을 간첩단으로 조작한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1984년 일본에서 귀국한 모녀를 조총련 사주 간첩으로 지목한 제주 모녀 간첩 사건 담당자들의 포상도 함께 취소됐습니다.
국방부는 '국가안전보장 유공' 명목의 서훈 4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실제 전투 직무수행이나 국토방위 공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엄업무 유공 34건 역시 사법적으로 국헌문란 및 내란행위로 확정돼 거짓 공적으로 분류됐고요.
아직 남은 과제, 추가 조사는 계속
이번 취소 명단에서 빠진 인물이 있어 논란이 됐습니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의 수사 지휘자였던 김기춘 전 공안수사국장이 주인공인데요. 국정원은 김 전 국장이 받은 보국훈장이 해당 사건의 공적으로 수훈한 것이 아니라는 실정법적 근거를 들어 제외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은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포상 취소 브리핑 현장에는 국방부와 경찰청은 참석했지만 국정원은 불참했습니다. 이에 행정안전부가 국정원을 대신해 사과문을 대독하며 인권 침해로 고통받은 당사자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뜻을 전했습니다. 경찰청은 경찰 창설 이후 수여된 약 10만 건의 정부포상을 전수조사 중이며, 현재 173건의 추가 서훈 취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죠. 정부는 앞으로도 부적절한 포상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바로잡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