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 1조 원 R&D 재원 확보…K-바이오, 기술수출 넘어 직접 상업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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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 전 수정 · 2026년 6월 28일 오후 6:33

발행: 2026년 6월 27일 오전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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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바이오가 국민성장펀드 등으로부터 5,000억 원을 유치해 총 1조 원의 R&D 재원을 확보하며 후기 임상 및 글로벌 상업화에 나섰습니다. 기술수출 중심에서 자체 파이프라인 직접 개발로 전환하려는 K-바이오 업계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정책 자금이 후기 단계에 쏠리면서 초기 벤처들의 자금난과 생태계 공백은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로 지적됩니다.

1조 원의 실탄을 쥔 리가켐바이오, K-바이오 체급 바꾸나

리가켐바이오가 정부 주도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합치면 약 1조 원에 달하는 R&D 재원이 확보된 건데요. 이는 국민성장펀드가 국내 상장 바이오 기업에 직접 투자한 첫 사례이자, 바이오 신약 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번에 조달한 5,000억 원은 전환사채 1,700억 원과 전환우선주 3,300억 원으로 구성됐습니다. 발행가는 할인율 0%로 책정되고 1년간 보호예수 조건이 붙어 단기적인 주가 희석 우려를 최소화했는데요. 오리온 그룹 해외 종속회사인 팬오리온도 1,25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지켰습니다. 이번 투자가 단순한 재무적 지원을 넘어 리가켐바이오의 ADC 원천기술과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한 결과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사실 리가켐바이오는 그동안 기술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총 15건, 누적 9조 6,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거뒀죠. 하지만 이번에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기술을 넘기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후보 물질의 후기 임상과 글로벌 상업화를 직접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개발 후반부의 높은 부가가치를 회사가 온전히 가져가겠다는 복안인데요. 위암과 췌장암을 겨냥한 LCB02A, 이중항체 ADC인 LCB36, 고형암 치료제 LCB58A 등의 임상을 속도 내서 2027년까지 총 5건의 IND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 기술 수출을 넘어 진짜 국산 신약을 향해

리가켐바이오의 행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빅파마에 넘기는 방식이 주를 이뤘는데요. 이제는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전통 제약사인 종근당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KD-703으로 미국 임상에 진입했고, 동아에스티도 고형암 대상 DA-350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로 입지를 다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혁신신약 개발로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셀트리온은 CT-P70 등 3종의 ADC 후보 물질을 계열 내 최고 약물로 개발 중이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넥틴-4 단백질 표적 신약 SBE303으로 신약 개발 궤도에 올랐습니다.

물론 이 같은 스케일업은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후기 임상 단계에 들어가면 수천억 원이 소요되기 마련인데요. 정부의 정책 자금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후기 단계에 집중되면서, 국내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초기 벤처의 숨 막히는 데스밸리는 여전히

기쁜 소식과는 별개로 업계의 어두운 면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정책 자금이 후기 임상 기업에 쏠리면서, 비임상에서 임상 1상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데스밸리 구간에 있는 초기 바이오 벤처들의 자금난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기 기업들은 벤처캐피털의 조기 IPO 요구와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논의까지 겹치면서 장기 연구개발보다는 상장 요건 충족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리가켐바이오처럼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기업은 드물고, 대부분의 초기 벤처는 불안정한 연구 환경 속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데요.

결국 제2, 제3의 리가켐바이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초기 연구개발 생태계에 대한 위험 분담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후기 임상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그 전 단계에서 소외되는 기업이 없도록 균형 잡힌 지원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