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의 진실
2026년 6월 18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남동부에 위치한 카포트냐 정유공장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초에는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습으로 인한 피해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한 결과, 이번 폭발은 우크라이나 공격이 아닌 러시아군 자체의 오폭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상에는 드론을 격추하려다 연료 저장고를 직접 타격한 미사일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미사일의 궤적
NYT가 검증한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정유 시설 인근에서 발사된 대공 미사일 2발이 포착되었습니다. 이 미사일들은 저고도를 비행하며 연료 저장고를 향해 곧장 날아갔고, 곧이어 거대한 화염이 솟아올랐는데요. 영국 국방학 전문가 마이클 클라크는 발사 지점과 낮은 궤적, 그리고 비행 초기에 발사 연기가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해당 미사일이 휴대용 대공 미사일, 이른바 맨패즈(MANPAD)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MANPAD는 주로 저고도로 비행하는 목표물을 격추하는 보병용 무기인데, 도심 정유 시설 주변에서 이런 무기가 사용됐다는 점 자체가 심상치 않은 상황입니다.
크랜필드 대학교의 알리스터 새딩턴 교수 역시 정황상 MANPAD가 맞을 것이라면서, 도심 내에서 이런 무기를 발사했다는 건 당시 러시아군이 매우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방공망의 구멍
이번 사고는 러시아 방공 체계가 직면한 현실적인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러시아는 차량 탑재형 판치르 방공 시스템을 배치하는 등 방어를 강화했지만, 우크라이나가 대량으로 운용하는 값싼 드론 편대를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새딩턴 교수는 고가의 대형 방공 미사일로 소형 드론을 요격하는 방식은 비용 부담이 크고 재고 소진도 빠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러시아군은 고비용 장비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 보병용 휴대식 무기까지 동원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국 시설을 파괴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게 된 겁니다. 이번 사고는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무인기 공격이 러시아 방공망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