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영웅'에서 내란 피고인으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당시 '서강대교 회군'으로 알려진 조성현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19일, 조 대령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는데요. 이는 불과 몇 달 전 국방부로부터 보국훈장 삼일장까지 받으며 '계엄 저지 영웅'으로 불렸던 인물의 신분이 하루아침에 뒤바뀐 셈입니다.
특검팀은 조 대령이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국회로 병력을 출동시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조 대령은 예하 부대에 진압봉을 지참하고 이동할 것을 명령했으며, 심지어 "국회 안 인원을 다 끌어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녹음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종합특검은 그의 행위를 명령 거부가 아닌 내란 가담의 일환으로 규정했습니다.
서강대교 회군, 언제 바뀐 태도였나
조 대령의 처분을 둘러싼 논란은 기존 수사 결과와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조 대령이 서강대교에서 부대 진입을 막은 것을 두고 상부의 불법 명령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결국 거부했다고 판단해 불입건 처리했었죠.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종합특검은 상황을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조 대령이 병력 철수를 지시한 시점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직후라는 점에 주목한 거죠. 다시 말해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계엄 수행에 나섰다가 정국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태도를 바꾼 것이지, 처음부터 명령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특검팀은 국회 해제 결의 이전의 출동 명령만으로도 내란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시각의 차이는 두 특검팀이 같은 사건을 놓고도 완전히 다른 법리적 해석을 내놓았음을 보여줍니다.
내란 재판에 미칠 파장은
이번 기소는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의 내란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는 조 대령의 진술과 행동이 기존 내란 사건의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법원이 조 대령을 내란 가담자로 인정할 경우, 그가 기존 재판에서 했던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와 함께 종합특검은 홍창식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상환 전 육군본부 정책실장도 각각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홍 전 관리관은 비상계엄 당시 법적 조언을 제공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를, 김 전 실장은 이른바 '계엄 버스'에 탑승한 내란부화수행 혐의를 받고 있죠. 사실 이번 기소는 단순히 한 사람의 처분을 넘어, 비상계엄 당시 군 지휘부와 법무 담당자들의 행위 경위를 전면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