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임신 29주 차 산모가 갑자기 위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태아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응급 분만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가까운 충청권 대학병원 6곳은 모두 전문의 부족을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소방당국이 전국을 수색한 끝에, 새벽 2시 25분에 청주에서 280km 이상 떨어진 부산의 한 대학병원으로 헬기 이송이 결정됐습니다. 태아에 이상 징후가 발견된 지 4시간 반 만의 일이었지만, 결국 아이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건은 지난 2월 대구에서 발생한 유사한 비극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에도 임신 28주 차 쌍둥이 산모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여를 헤매다, 결국 한 아이를 잃었습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면서, 우리나라 응급 분만 체계의 근본적인 결함에 대한 경고음이 다시 한번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의 부족과 지역 간 의료 격차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명확합니다. 바로 산과 및 신생아 전문의의 심각한 부족입니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산과 전문의가 1명에 불과해 야간과 휴일 응급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상황이었죠. 이는 비단 충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령 산모와 다태아 출산이 증가하며 고위험 분만 사례는 늘고 있는 반면, 낮은 의료수가와 높은 소송 부담 때문에 산과 진료를 기피하는 병원과 전문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인력 부족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그리고 지역 간 의료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제주에서는 28주 차 임신부가 소방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세종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고위험 산모 치료실 이용률이 현저히 낮은데, 이는 해당 지역 산모들이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정치권의 대응과 현장의 답답함
사건이 발생하자 충북 지역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사 및 시장 후보들을 막론하고,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공공의료 구급 체계 대전환’, ‘현장 작동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안됐는데요. 중앙정부에서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장 간담회를 열고 모자의료 체계 재정비와 실시간 자원 확인 시스템 구축, 119 협업 강화 등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답답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한 의료 관계자는 “낮은 수가와 의료 사고 위험성 때문에 산부인과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다른 전문가는 법적 분쟁에 대한 두려움이 의료진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장기적인 대책으로 ‘지역의사제’를 추진 중이지만, 이는 10년이 걸리는 계획인 만큼 ‘필수의료 준공영제’나 ‘실시간 응급 이송 핫라인’ 같은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에 대한 요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근본적 해결책은 어디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제안한 ‘AI 응급의료시스템’처럼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아이디어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AI로 구급차와 병원을 실시간 연결해 최적의 이송 병원을 10분 내에 확정한다는 구상인데요. 인천의 ‘아이넷’이나 호남의 맞춤형 이송 체계처럼 지역별로 성공 사례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 대안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촉구합니다. 고위험 분만 같은 필수 분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의료진에 대한 적정 보상 체계와 의료사고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나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배상 확대 등이 마중물이 될 수 있겠죠.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외치는 만큼,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체계를 먼저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어느 지역에 살든 누구나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