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40% 날린 레버리지, 출시 타이밍이 최악이었다
지난 5월 말 국내에 처음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랠리에 편승해 출시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상장 한 달여 만에 40% 넘게 하락했는데요. 반면 지난해 10월 홍콩에 상장된 동일 구조 상품은 약 27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극명한 대조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결과의 핵심 차이는 바로 출시 시점이었습니다. 블룸버그는 한국 상품이 AI 반도체 랠리가 정점에 가까웠던 5월 말에 출시되어 상승 구간은 대부분 놓치고 급락장만 고스란히 맞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레버리지 ETF는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비중을 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승장에는 고점에서 사고 하락장에는 저점에서 파는 거래가 반복됩니다. 이른바 변동성 드래그로 인해 기초자산의 등락과 상관없이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죠.
당연히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7월 15일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자 전날 곱버스, 즉 인버스 2X 상품에 투자했던 개미들은 하루 만에 21%대 급락을 경험했습니다.
차익실현과 강제 청산에 갈린 코스피
사실 최근 코스피의 급락이 기업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때문은 아니라는 평가가 해외 투자은행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7월 15일 코스피가 7,000선을 회복하며 반등한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최근 9% 가까운 지수 급락이 반도체 실적 악화가 아니라 레버리지 상품의 강제 청산과 시장 심리에 의한 포지션 정리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JP모건도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반도체 사이클 자체는 견고하다고 평가했는데요.
문제는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수급 구조에 있습니다. 신영증권은 코스피 8,200에서 8,400 구간에 약 4조 3천억 원의 레버리지 ETF 매물이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 220만 원대와 삼성전자 29만 원 및 36만 원대에 본전을 노린 매도 물량이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어 가파른 V자 반등보다는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중동 불안으로 인한 유가 변동성이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를 자극하면서 매크로 부담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뾰족한 수 없는 사후약방문
이미 시장에 묶인 레버리지 자금 규모가 1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책적 보완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7월 14일 긴급 회의를 열고 기본예탁금 기준 상향과 사전교육 시간 확대 등 자율 규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표명하기도 했는데요.
워런 버핏이 파생상품을 두고 한때 대량살상무기라고 지적했던 것처럼, 복잡한 구조의 상품이 투자자들에게 돌아선 타이밍의 위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부와 업계가 교육과 진입 장벽을 강화한다 해도 이미 발생한 손실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