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들녘 비상…저수율 절반 이하로
2026년 8월, 남부 지방의 들녘이 바싹 마르고 있습니다. 경남 밀양시와 함안군, 거제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는데요. 함안군 저수율은 25.1%, 밀양시는 25.9%로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경남 18개 시군의 평균 저수율은 34.3%에 그쳐 벼가 시들고 농작물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생활용수 공급망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경북 청도군 운문댐은 저수율이 25.1%까지 떨어져 심각 단계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야간 제한급수가 현실화되었습니다. 광역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남 26개 마을은 생수 배부와 급수차 동원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기상청은 16일까지 남부권에 비 소식이 없을 것으로 내다봐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버려지던 물 되살리는 긴급 수술
위기 속에서 지자체들은 이례적인 긴급 대책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건 경남 김해시의 하수처리수 재활용입니다. 김해시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75%에 달하는 하루 3,600톤을 대형 펌프로 퍼 올려 말랐던 물길을 되살렸습니다. 주민들이 입회한 가운데 수질 검사를 마쳤고, 이 물은 300ha가 넘는 농지에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밀양시 용수 부족 해결을 위해 산림청 산불진화차량 22대를 투입해 하루 500톤의 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긴급 급수대책 예산 21억 원을 추가 지원했습니다. 창원 마산 진북농협은 농가에 양수기와 호스를 직접 전달했고, 하동 화개면은 소방서와 협력해 생활용수를 운반하며 주민 불편을 덜고 있습니다. 밀양시와 산청군 등에서는 시장과 군수가 직접 현장을 찾아 물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취수원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폭염과 가뭄의 새로운 패턴
이번 가뭄은 단순한 강수량 부족을 넘어 기후 패턴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6개월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82.3% 수준에 그쳤는데, 문제는 비가 내리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남부 지역이 가뭄으로 시들던 같은 시기, 강원 동해안에는 시간당 80mm가 넘는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한반도 안에서 가뭄과 물난리가 동시에 발생하는 모습입니다.
서울대 국종성 교수는 이를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의 변화로 분석하며, 과거 기후 평균값이 아닌 변화된 현실에 맞춰 복합 재난 대응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임시방편적인 급수 차원을 넘어, 저수지 물 채우기 사업이나 취수원 구조 개선 같은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