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방선거 유세 도중 벌어진 일입니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승용차 창문으로 날아든 음료에 맞았다고 호소했던 사건은, 알고 보니 지인과 함께 꾸며낸 자작극이었습니다. 검찰은 정 전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요, 이 사건을 둘러싼 구체적인 범행 정황이 공소장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유세 현장의 '피습'은 자작극이었습니다
정 전 후보는 선거 기간 중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유권자들의 동정 여론을 얻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헬스 트레이너 윤 모 씨에게 유세 중 음료를 뿌려달라고 제안한 것인데요. 그는 심폐소생술을 받는 상황이나 화분 투척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음료 컵을 던지는 방식으로 상황을 연출하기로 했습니다.
4월 27일 오전, 부산 금정구 유세 현장에서 계획대로 범행이 실행되었습니다. 윤 씨는 렌터카를 몰고 접근해 녹차라테와 삶은 계란 등을 던졌고, 정 전 후보는 이에 맞춰 넘어지는 연출까지 했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정 전 후보를 공격받은 피해자로 봤지만, 이 모든 것이 미리 짜놓은 각본이었습니다.
"흔적 남게 녹차라테로" 치밀한 사전 모의
검찰 공소장에 담긴 범행 계획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습니다. 정 전 후보는 물은 색이 남지 않는다며 옷에 흔적이 남을 수 있는 녹차라테를 지정했고, 차량 진입이 용이한 좌회전 차선을 미리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범행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라는 모욕적인 대사까지 윤 씨에게 지정했습니다.
정 전 후보는 윤 씨가 경찰에 붙잡힐 경우를 대비해 신원 감축 방안도 세세하게 챙겼습니다. 렌터카 이용과 모자 착용을 지시했으며, 수행원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하며 공범을 안심시켰습니다. "걸려도 상해 정도일 것"이라며 가벼운 범죄라고 인식하게 한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수사 기관과 대중을 속인 뒤폭로
범행 이후 정 전 후보와 윤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라며 우발적 사건인 것처럼 거짓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정 전 후보는 방송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총 7차례에 걸쳐 피해 사실을 호소했고, 배우자마저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는 장면을 언론에 배포하며 동정 여론을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이 자작극으로 막대한 국가 행정력이 낭비되었다는 점입니다. 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관 18명이 출동했고 CCTV 분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과 대테러협의회까지 소집되는 등 통상적인 폭행 사건을 넘어선 대응이 동원되었는데요. 정 전 후보의 당선을 위한 연출이었지만,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라는 중대 범죄로 규정되었습니다. 현재 정 전 후보와 공범 윤 씨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