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중심에서 진료 중심으로
기존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번에 드러났습니다. MRI나 CT 등 검사 항목은 원가 대비 190% 이상의 과보상을 받는 반면, 진찰이나 수술 같은 필수의료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는데요. 이런 왜곡된 구조 속에서 병원들이 검사에 의존해 수익을 내야 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 2001년 이후 25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수가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총 3조 6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검사 중심의 이익 구조를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이번 방안의 핵심입니다. 특히 비수도권이나 응급·야간 진료 같은 취약 분야를 집중 지원하며 지역 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방침인데요.
당연히 이런 대규모 개편은 의료 현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검사 수가를 대폭 낮추면서 개원가의 핵심 수입원이 사라지는 셈이 되었고, 이에 따른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지역과 응급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안
이번 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지역 및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확대입니다. 우선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의료 취약 6개 지역의 모든 수술 및 진료에 10%의 수가 가산을 적용했습니다. 여기에 야간이나 휴일 응급 수술 시에는 추가로 10%를 더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에는 수가를 5.5배까지 올렸는데요. 응급실 뺑뺑이를 막고 취약 시간대의 수용 능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입니다.
고위험 분만 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28주 미만 조산아를 중증모자센터에서 분만할 경우 기본 수가 외에 약 44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신생아 중환자실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했습니다. 또한 20년 만에 동네의원 초진 진찰료를 6%, 재진료를 4% 인상하며 충분한 상담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습니다.
사실 이런 지원책들은 지방 의사 이탈을 막고 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됩니다.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의 종합병원과 의원에는 진찰료와 입원료를 5%씩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죠.
숨은 재원과 엇갈린 반응
문제는 이런 파격적인 지원의 상당 부분이 검사료를 깎아서 마련된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와 CT·MRI 수가를 단계적으로 낮춰 연간 2조 6천억 원을 절감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도 손질해 위탁기관 25%, 수탁기관 45%의 고정 분배율을 적용하고, 기존 10%의 위탁관리료를 폐지했는데요. 의원급 기관의 검사 마진이 사실상 반토막 났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입니다.
이런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전체 파이를 키우지 않고 한쪽 주머니를 털어 다른 쪽을 채우는 조삼모사식 대책이라는 비판인데요. 특히 수탁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검사기관들도 수십에서 수백억 원의 적자가 우려된다며 폐업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반면 환자단체들은 20년 만의 진찰료 인상과 지역의료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인정했듯이, 검사 절감에도 불구하고 연간 1조 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율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정부는 반도체 기업 성장 등으로 인한 수입 증가와 지출 효율화를 통해 인상 폭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편이 과연 검사 의존 구조를 해소하고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의료 현장의 혼란만 야기할지는 앞으로의 질행 과정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