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바다에서 사라지는 어종
최근 동해안 양식장에서는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질 때마다 비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북 지역 양식장에서만 강도다리 치어 등 300만 5천 마리가 집단 폐사했고, 이로 인한 피해액은 약 27억 5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피해의 94%를 차지한 강도다리는 동해안 양식업을 대표하던 어종인데요. 어민들이 사비로 히트펌프를 설치하거나 수심을 깊게 파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바다 전체가 데워지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양식업뿐 아니라 어선어업도 붕괴 직전입니다. 동해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 어획량은 2015년 5만 4,685톤에서 2024년 2,906톤으로 94.7%나 급감했습니다. 최근 2년간은 연간 3천톤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많은 어민이 조업을 포기하거나 감척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수온 상승은 이제 어업 현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폐사 여파로 사료 비용이 오르고 수산물 공급이 줄면서 우럭 가격은 50%나 급등했고, 닭고기값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 세기 넘게 계속된 수온 상승
이러한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68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면수온은 1.44℃ 상승했는데, 이는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의 약 두 배에 해당합니다. 특히 2024년 동해 연평균 표층수온은 18.84℃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역대 최장인 85일간의 해양열파가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이상기온을 넘어 기후재난이 상시화되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고수온을 일시적인 재해가 아닌 구조적인 위기로 보고 있습니다. 바다의 온도가 변하면 어종의 서식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이는 곧바로 어업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하게 됩니다.
품종 전환과 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한 때
경북도는 단순한 냉각 장비 지원이나 어선 감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수산업 구조 전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업기술원을 통해 54억 원의 사업비로 방제장비를 확보했으며, 강도다리를 대체할 말쥐치의 중층가두리 시험양식을 추진 중입니다. 말쥐치는 14개월이면 출하 가능한 크기로 자라는 가능성이 확인되어, 향후 3년 내 종자 생산 안정화와 판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 어종의 종자 생산부터 양식, 수매, 유통까지 전체 산업 기반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선어업 역시 달라진 어종에 맞춰 어구와 어선을 전환해야 하며, 어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정착할 때까지 소득을 보전하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수온 상승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이며, 그에 맞춰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