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부를 뒤흔든 향피제 전면 적용
경찰이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고위직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연고지 근무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이른바 향피제를 전면 도입한 점입니다. 이에 따라 전체 18명인 시도경찰청장 중 14명이 교체되었고, 치안감 직위 전체의 81%가 바뀌었습니다. 장기간 지적되어 온 토착 경찰 문제를 해소하고 지휘부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주요 보직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경찰청 차장에는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에는 고범석 전남경찰청장이 각각 임명되었습니다. 또한 인천경찰청장에는 유승렬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승진 발탁되었고, 충북경찰청장이던 신효섭 청장은 전북경찰청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동안 직무를 대행해 온 유재성 차장과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인사와 함께 퇴직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승진 무산된 인사, 그리고 수사 전문가 발탁
이번 인사에서는 승진이 무산된 사례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 명단에 포함되었으나, 제주 실종사건 허위종결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승진이 최종 취소되었습니다. 그는 대신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수평 이동했는데, 이는 명백한 문책성 조치로 해석됩니다. 반면 그의 후임인 제주경찰청장에는 수사 전문가로 꼽히는 김병찬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이 임명되어 지역 치안의 수사 역량 강화에 무게를 뒀습니다.
국가수사본부의 수사 기능 강화에도 방점이 찍혔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장이던 김광식 서장은 수사기획조정관으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던 오승진 부장은 수사국장으로 각각 승진 임명되었습니다. 이는 최근 여러 사건에서 드러난 수사 미흡 논란을 의식한 인사로 보입니다. 경찰청은 향후 시도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 등 핵심 보직에도 향피제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1년 넘게 비어있던 경찰청장 자리
이번 지휘부 재편가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조지호 전 청장 탄핵으로 공석이 된 지 1년 8개월째인 경찰청장 자리의 인선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현재 경찰청장 대행을 맡고 있는 김종철 차장은 취임과 함께 경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매우 높은 현실을 직시해야 했습니다. 그는 조직을 이끌며 이러한 불신을 어떻게 추스를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이번에 차장과 서울청장, 인천청장으로 이동한 김종철·고범석·유승렬 치안정감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특히 김종철 차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근무 이력을 갖고 있어 정권 교체기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경찰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의 신뢰 회복과 공정성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민심을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실질적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