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일의 진통 끝에 마련된 잠정 합의안
현대자동차 노사가 5월 상견례 이후 111일간의 긴 협상 끝에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전면 파업까지 벌어지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생산라인은 총 120시간 멈춰 섰고, 약 5만 5천여 대의 생산 차질과 2조 3천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노사는 더 이상의 피해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극적으로 타결점을 찾았습니다.
이번 합의안은 월 기본급 10만 원 인상을 비롯해 경영성과금 400%와 일시금 1,270만 원,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 원 등을 담고 있습니다. 노조 측 계산으로는 1인당 총액 4,084만 원에 달하는 인상 효과가 기대되는 수준입니다. 또한 사측은 노조 활동과 관련해 제기했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 10건을 모두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완성차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과 고용 안정
이번 합의안은 현재 교섭 중인 완성차 업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보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아 사측이 제시한 안보다도 웃도는 규모인데요. 다만 상여금 인상은 내년 교섭으로 미루고, 정년 연장은 관련 법이 개정되면 임금피크제 추가 확대 없이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61세부터 63세까지는 기존 임금 인상분을 유지하고, 64세에는 동결, 65세에는 10%를 삭감하는 방식입니다.
인력 확충과 미래 기술 대응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현대차는 2027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기술직 5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도입이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노사가 뜻을 모은 것은 향후 변화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활용한 로봇 양산 계획을 둘러싼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기도 합니다.
하반기 실적 반등과 남은 과제
이번 합의로 현대차는 하반기 최대 리스크였던 생산 차질 위험을 해소했습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아반떼, 투싼 등 주력 신차들의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공장 가동을 정상화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상반기에 미국 관세와 협력사 화재, 파업 등으로 25.8%나 감소했던 영업이익을 회복할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하지만 업계의 관심은 이제 기아로 쏠리고 있습니다. 기아 노사는 현대차보다 낮은 수준의 제시안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부분 파업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한국지엠과 KG모빌리티는 이미 타결을 마쳤고, 르노코리아도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어 기아의 교섭 결과가 완성차 업계 전체의 분위기를 가를 전망입니다. 현대차의 잠정 합의안은 31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