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을 넘어선 평화체제 다자 협의 제안
이재명 대통령이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함께하는 다자 협의를 통해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정전협정 당사자들이 모여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방안을 처음으로 제시한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핵 해법에 대해서도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당장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추가 핵 고도화를 멈추는 핵 동결을 대화의 입구로 삼고, 이를 기반으로 최종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단계적 로드맵입니다. 물론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과제이긴 합니다.
대북 관계에서는 기존의 3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평화 로드를 제시했습니다.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배제하며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원칙 아래, 포용적이고 안정적인 평화공존을 3단계로 구성했습니다. 특히 9·19 군사합의 복원과 같은 선제적 조치를 통해 적대성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과거사 환수와 미래 협력 사이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환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사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인데, 이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조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반대로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 협력도 동시에 강조했습니다.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거론하며 일본의 진정성 있는 역사 인식을 촉구하면서도,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60년을 함께 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는 과거사 문제와 실리적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외교적 수위 조절로 읽힙니다.
당연히 이런 양측의 메시지가 모두에게 만족스럽게 전달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위안부나 강제동원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들에게 온기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은 일본이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야스쿠니와 독도 영유권의 외교 현안
이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온 바로 그날, 일본 측의 움직임은 복잡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원격 참배를 하고 공물을 봉납하는 절충안을 택했는데요. 하지만 전몰자 추도식 발언에서 반성의 메시지가 빠져 전임 정부보다 후퇴한 입장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즉각 외교부와 국방부를 통해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들을 초치하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 행위라는 강력한 비판이 나왔는데, 이는 양국 간의 신뢰 구축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방증입니다.
여기에 지난 8월 4일 발표된 일본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하며 영유권을 주장한 점도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한미일 경제안보 협력의 정치적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종전과 평화체제라는 큰 그림을 제시한 만큼, 주변국들과의 민감한 외교 현안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