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프라에 쏟아지는 천억 달러
한국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가운데 첫 사업이 에너지 분야에서 나올 전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을 비롯해 국내 당정 협의회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번 투자는 총 1,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 1,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핵심은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들어서는 6.3GW 규모 LNG 복합화력발전소와, 최대 8기에 이르는 대형 원전 건설입니다. 당초 미국 측이 250억 달러를 요구했던 LNG 발전소 사업은 223억 달러 선에서 타결됐고, 이달 중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특히 원전은 한국형 APR1400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혼합해 짓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AI 전력 수요와 정치적 시한폭탄
이번 투자가 급물살을 타는 데는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한 에너지 계약을 넘어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산업 전략이 맞물린 사안인 셈인데요. 사실 양국 간에는 최근까지 신경전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관세 인하의 대가로 약속한 투자 계획이 지연되자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집행이 더디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안보 협력이나 주한미군 문제와 연계해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었죠. 한국 측은 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 이번 합의는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성과로 꼽히며 그런 긴장 관계를 한풀 꺾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황금기회인가, 부담인가
이번 프로젝트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원전 및 건설 업계에는 막대한 시장 확대의 기회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현재 독자적인 원전 건설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주기기 제작부터 설계, 시공까지 한국 기업들의 참여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것인데요. 다만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원금 회수 전까지는 양국이 수익을 절반씩 나누고, 이후에도 한국 측이 소수 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서 막대한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물가, 복잡한 인허가 규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