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도 이제 맛집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함께 식사한 메뉴가 이제 구내식당 급식으로 나옵니다. 현대그린푸드가 인기 치킨 브랜드 깐부치킨과 손을 잡고, 지난 APEC 정상회의 기간 화제가 된 ‘깐부회동’ 메뉴를 ‘AI 깐부 콜라보 세트’라는 이름으로 전국 110여 개 단체급식 사업장에 선보이고 있죠. 통다리와 통날개 치킨, 크리스피 순살, 치즈스틱 등으로 구성된 이 세트는 깐부치킨 본사에서 직접 조리법을 전수받고 동일한 식자재로 만들어집니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이제 구내식당은 외식 못지않은 품질과 다양성으로 직원들을 끌어모으는 핵심 복지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협업은 현대그린푸드만의 시도는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급식 업체들은 치열한 ‘맛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아워홈은 ‘플렉스 테이블’을 통해 시즌별 신메뉴를 선보이고, 삼성웰스토리는 불닭볶음면이나 해외 유명 맛집과의 협업 메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죠. 외식 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점심값 부담을 줄이려는 직원들이 구내식당을 더 자주 찾게 되었고, 이에 따라 기업의 구내식당에 대한 기대치도 자연스럽게 높아진 겁니다.
본사에서 전수받은 ‘원탑’ 맛의 비결
화제의 ‘깐부세트’가 구내식당에서도 매장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었던 데는 현대그린푸드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습니다. 회사는 깐부치킨 본사에 자사 조리 인력을 직접 파견해 조리법을 전수받았고, 모든 식자재를 깐부치킨과 동일하게 조달했습니다. 대량 조리라는 급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원본의 맛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 이번 협업 메뉴는 12월 24일까지 제공되며, 판매 금액의 5%는 굿네이버스를 통해 결식아동 지원에 기부됩니다.
현대그린푸드의 이런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회사는 그동안 만석닭강정, 본가스시, 한솔냉면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와 협업해 이색 메뉴를 선보여왔습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의 메뉴를 급식에 도입하는 등 메뉴 다양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죠.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밥을 제공한다’는 차원을 넘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구내식당을 단조로운 공간에서 벗어나게 하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식권이 곧 복지가 되는 시대
급식 업계의 이러한 변화 뒤에는 더 근본적인 산업 구조의 전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AI 기반 구내식당 서비스 ‘AI 식권’을 론칭했는데요. 이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은 다양한 외식 브랜드 메뉴를 구내식당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110개 기업, 14만 명에 달하는 직원이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고 하니, 그 파급력이 상당합니다.
이제 구내식당은 ‘저렴하게 배 채우는 곳’이 아니라, ‘회사가 제공하는 중요한 복지 혜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수한 인재 확보와 유지가 중요한 과제인 기업들에게는 구내식당의 질이 곧 회사의 이미지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죠.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을 성공적으로 담당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현대그린푸드의 행보는, 단체급식 업체가 단순한 조리 서비스를 넘어 ‘종합 푸드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외식과의 경계가 무너지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외식 브랜드 입장에서는 구내식당을 통해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반면 급식 업체는 인기 메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죠. 결국 이 협업은 소비자(직원)에게는 더 나은 선택지를, 기업에게는 강화된 복지 이미지를, 협업사들에게는 상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삼융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과열된 경쟁이 무리한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식품 안전과 영양 균형에 대한 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젠슨 황 정식’이 구내식당에 등장한 이번 사례가 하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구내식당의 메뉴판이 앞으로 얼마나 더 다채로워질지, 그리고 이 변화가 우리의 점심 문화와 기업 복지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