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대신 내 집 마련이라지만
정부가 8월 13일 발표한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청년층의 주거 안정입니다. 내년 1월부터 출시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연소득 7천만 원 이하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가 4억 원 이하 비아파트를 살 때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해주는 상품인데요. 2억 원을 대출하면 월 원리금이 약 85만 원 수준으로, 기존 월세와 비슷한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물론 정부는 이를 주거 징검다리로 내세웠는데요, 청년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대출 대상이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오피스텔로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시작됐는데요, 일각에서는 비인기 주택을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고, 온라인에서는 조롱 섞인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빌라가 징검다리가 될까, 걸림돌이 될까
비아파트를 샀다가 나중에 팔지 못하면 아파트 갈아타기가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가장 크게 제기됐습니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으로 비아파트를 구입하더라도, 향후 아파트로 이동할 때 생애최초 LTV 우대 혜택을 유지하려면 기존 주택을 반드시 처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빌라나 오피스텔이 가격 하락이나 거래 절벽에 직면하면 종잣돈이 그대로 묶일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청년층의 아파트 선호는 매우 뚜렷합니다.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생애 최초 주택으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응답이 79.7%에 달했는데요. 반면 비아파트는 주차난과 열악한 인프라 등으로 쾌적성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 폭도 적어 자산 형성의 징검다리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낮은 환금성의 비아파트를 지원한다고 해서 청년들의 주거 선호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왜 비아파트에만 팔을 걸쳤나
금융위원회는 이번 정책이 아파트 구입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아파트를 원하는 청년은 기존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을 계속 이용할 수 있으며, 지난해 청년층에 공급된 12조 원 중 97%가 아파트 구매에 쓰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번 상품은 월세 부담이 큰 1인 가구와 사회초년생에게 추가 선택지를 제공하는 틈새 지원책이라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이번 대책에는 긍정적인 변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금자리론의 신혼부부 소득 요건이 완화되어 결혼 후 합산 소득 증가로 대출이 막히던 '결혼 페널티'가 사라졌습니다. 또한 사회초년생의 장래소득을 대출 한도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출 조건만으로는 부족하고, 입지 좋은 저렴한 주택 공급이라는 실질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