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속 1초를 벌이는 장비
짙은 연기가 가득한 화재 현장에서 대원의 시야를 확보하는 건 인명구조의 출발점입니다.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이 한국전기연구원과 손잡고 개발한 소방용 시각 강화 열화상 카메라가 전국 소방관서 4곳에 시범 배치됐는데요. 연기와 어둠 속에서도 구조대상자와 장애물을 구분해 내는 장비입니다.
핵심은 장파장 적외선 영상에 연기 제거 영상처리 기술을 실시간으로 얹는 방식입니다. 물체가 내뿜는 열복사를 감지한 뒤 알고리즘으로 형태를 살려내는 구조인데요. 초당 60프레임, 지연 시간 1000분의 1초 이하로 처리해 사실상 실시간에 가까운 화면을 보여줍니다. 저전력 FPGA 반도체를 쓴 덕에 발열과 전력 소모도 억제했습니다.
66% 줄이고 64% 가볍게
이번 장비는 2023년 개발된 초기 모델에 대한 현장 의견을 반영한 개선판입니다. 부피는 4475㎤에서 1503㎤로 66% 줄었고, 무게는 1280g에서 456g으로 64% 가벼워졌는데요. 탈부착형 손잡이와 IP67 등급 방수·방진 성능을 갖춰 현장 사용성을 끌어올린 점이 눈에 띕니다.
두꺼운 방화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인터페이스를 다듬은 것도 실전을 겨냥한 대목입니다. 구획 화재 현장에서는 고농도 연기와 불완전 연소 물질 때문에 가시거리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대원들이 위험 구역에 진입하기 전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개발진의 설명입니다.
4곳에서 검증, 전국 보급은
시범 운영은 화재 출동 건수와 전술 훈련 일정을 고려해 선정한 4개 소방관서에서 11월 27일까지 진행됩니다. 실제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훈련 과정에 장비를 투입해 기동성과 조작 편의성, 영상 식별 성능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인데요. 현장에서 나온 의견은 장비 개선과 전국 확대 보급 여부를 가르는 자료로 쓰입니다.
김연상 국립소방연구원장은 짙은 연기 속에서도 1초라도 빨리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대원의 안전과 인명구조 골든타임을 지키는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습니다. 성능이 검증되면 화재 대응 방식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전망입니다. 다만 시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급 규모와 시기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