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
현대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병력과 전차의 숫자보다, 이제는 미사일과 드론 같은 정밀 유도무기의 보유량과 지속 공급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죠.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이란 간의 충돌은 이런 ‘재고 소모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전쟁이 결국 어느 쪽의 미사일 재고가 먼저 바닥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중국, 북한, 이란, 이스라엘 등이 각자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며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이미 850발 이상의 고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2000발 이상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반면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총 164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는 그들이 보유한 재고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미국의 정밀 타격으로 이란의 발사대와 지휘 네트워크가 훼손되면서 발사 빈도는 급감했지만,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간 평가입니다.
대량에서 정밀으로, 이란의 전략 수정
흥미로운 점은 이란이 전쟁 초기의 ‘대량 소모’ 방식에서 벗어나 전략을 수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미사일과 드론 공습 횟수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대신, 에너지 시설 같은 고가치 핵심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명 ‘아껴쏘기’ 혹은 ‘정밀 교란’ 전략으로의 전환인데요. 실제로 이란은 카타르의 LNG 터미널을 공격해 수출의 상당 부분을 마비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전략 변경 뒤에는 명백한 제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선 이란의 무기 생산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사일 부품 상당수를 러시아나 중국에 의존하는데, 제재 장벽으로 인해 공급망을 빠르게 복원하기 어렵죠.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으로 발사 인프라 자체가 손상을 입었습니다. 따라서 남은 재고를 장기전에 대비해 아껴 쓰면서, 동시에 국제 에너지 시장을 위협하여 미국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는 현재 추세라면 이란이 몇 주간은 공격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확전 우려와 한국에 미치는 그림자
이 전쟁의 불길은 중동 지역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저항의 축’, 특히 예멘의 후티 반군이 적극적으로 전쟁에 가담하면서입니다. 후티 반군은 홍해의 요충지에서 선박 공격을 감행한 전례가 있어요. 만약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홍해까지 봉쇄된다면, 전 세계 에너지 시장과 물류 체계에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걸프 국가들을 전쟁으로 끌어들여 분쟁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글로벌 군사적 긴장은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해상 운송로의 안전에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국내 방산 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한국의 K방산 제품에 대한 성능 재조명과 수출 상담이 늘고 있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동의 한 전쟁이 미사일 재고 소모전이라는 새로운 전쟁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와 군수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