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접어든 올해 성탄절,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그는 “그가 소멸하길”이라는 말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죽음을 기원한 것으로 해석되었고, 러시아는 이를 “야만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로 인해 양국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고, 성탄절의 평화적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표한 연설에서 “우리 각자는 마음속으로 ‘그가 소멸하기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크게 기도한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라고 언급했다. 특정 인물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외신들은 ‘그’가 푸틴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러시아는 어제 700발이 넘는 미사일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이것은 신을 모르는 자들의 공격 방식”이라고 비난하며, 푸틴 정권의 잔혹성을 강조했다.
러시아 측은 즉각 반발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젤렌스키의 연설은 야만적이고 증오에 가득 찬 것”이라며 “그가 외교적 해결을 위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심지어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인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축전을 보내는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젤렌스키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젤렌스키의 연설은 단순한 감정적 폭발이 아니다. 그는 이미 지난 8월 한 인터뷰에서 “푸틴이 곧 죽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연설은 그런 입장을 다시 확인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피로감과 분노를 대변한 것으로,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푸틴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러시아는 젤렌스키의 발언을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젤렌스키는 자신의 나라를 파괴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평화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탄절을 전후해 전선에서는 여전히 폭력이 계속되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영국의 스톰섀도 미사일로 로스토프 지역의 정유공장을 타격했고, 드론으로 템류크 석유 저장 탱크와 오렌부르크 가스 처리 공장을 공격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어 3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당했다.
전쟁의 종식을 위한 외교적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를 만나 20개항의 평화안을 전달했고, 러시아는 이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 푸틴은 미국 측 제안에 대해 “실용적이고 국제법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구체적인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교황 레오 14세는 즉위 후 첫 성탄 메시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진실하고 존중하는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며 평화를 호소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호소가 쉽게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젤렌스키의 강경 발언은 국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장기전에 지친 국민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평화 협상에 대한 요구도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는 푸틴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단합을 다지고, 서방의 지원을 독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쟁의 향방은 트럼프의 중재 노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푸틴과 젤렌스키 사이의 적대감이 이렇게 첨예한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둘을 앉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젤렌스키가 푸틴의 죽음을 기원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게 된 지금, 양국 간 대화의 창은 더욱 좁아졌다. 성탄절의 평화 메시지는 전쟁의 포성에 묻혀 버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5년이 끝나가는 지금도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젤렌스키의 ‘소멸’ 발언은 전쟁의 비극적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