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장 다음 날, 국무회의에 나타난 수사기관 수장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이 임명장을 받은 다음 날인 10월 2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 같은 수사기관 수장이 국무회의에 정식으로 배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요. 중수청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회의에서 김 청장은 박찬대 인천시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사이에 앉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취임 하루 만에 이뤄진 이 장면은 중수청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성역 없이 수사하라"…주문과 과제
이재명 대통령은 회의에서 김 청장에게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화이트칼라 범죄와 권력형 부패, 증권·금융 범죄 등 국민 삶을 파괴하는 중대범죄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다뤄 중수청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라는 겁니다.
김 청장도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 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는 취임사에서 특정인을 겨냥한 수사나 별건수사, 이른바 '먼지떨이식' 수사를 경계하겠다며 적법절차와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습니다. 성과는 구속·기소 숫자가 아니라 사실 규명의 정확성과 법 적용의 공정성으로 평가받겠다는 원칙도 내세웠습니다.
독립성 논란, 곳곳서 제기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임명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국무회의부터 참석했다"며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은커녕 정치가 수사화될 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 관련 사안부터 수사하라는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법조계와 시민단체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참여연대는 수사·공소기관장의 국무회의 정례 참석은 자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고, 전직 검찰총장들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자리와 마주 앉는 것이 수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대통령은 국정 방향 공유는 필요하다며 개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중수청이 '성역 없는 수사'라는 약속과 '정치적 중립'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게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