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뒤집은 수입물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수입물가지수는 159.37로 전월 대비 1.7% 올랐습니다. 6월부터 석 달 연속 내리막을 걷다가 넉 달 만에 상승 전환한 겁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7.6% 높은 수준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입니다. 9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13.71달러로 전월보다 28.1%, 1년 전보다 62.4% 뛰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6.30원에서 1359원으로 3.4% 하락했지만, 유가 상승분을 모두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원재료가 9.6% 상승했습니다. 광산품이 10.8%, 원유가 21.6% 오르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반대로 중간재는 1.7% 하락했고,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2.4%, 2.3% 내렸습니다. 환율 효과를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9%, 전년 대비 20.6% 상승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0월 중순까지 환율과 국제유가가 9월보다 낮아 수입물가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중동전쟁 전개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환율에 눌린 수출물가
9월 수출물가지수는 182.29로 전월 대비 0.8% 하락했습니다. 두 달 연속 내림세입니다. 환율이 내리면서 운송장비가 3.2%, 컴퓨터·전자·광학기기가 1.8%, 기계·장비가 2.8% 하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1년 전과 비교하면 40.9% 상승해 1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석탄·석유제품은 8.5% 올랐고,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2.6%, 전년 대비 44.5% 상승했습니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수출물가의 장기 상승 흐름을 떠받친 겁니다. 수출용 D램은 239.5%, 플래시메모리는 235.9% 뛰었습니다.
반도체가 바꾼 교역조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1% 상승해 2010년 1월 이후 16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와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수출이 46.6% 늘고 기계·장비도 11.3% 증가한 덕분입니다. 수출금액지수는 89.2% 급등했습니다.
교역조건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대비 25.4% 상승했고, 소득교역조건지수는 65.7%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수출가격 상승률 43.2%가 수입가격 상승률 14.2%를 웃돈 결과입니다. 수출 한 단위로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다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입가격 오름폭이 커지면서 순상품교역조건 상승률은 전월 27.1%보다 둔화됐습니다. 10월에는 환율과 유가 하락이 수입물가를 낮출 변수로 꼽히지만, 중동 리스크가 계속 변동성을 키울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