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충돌 뒤 잠깐 멈춘 총성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을 멈추기로 잠시 합의했습니다. 양국은 지난 26일부터 나흘간 상호 폭격을 주고받은 끝에 공격을 중단하고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기술 회담을 열기로 했는데요. 이란이 민간 상선을 공격하자 미군이 이란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고, 이에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보복 공격하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공격 중단은 일단 전면전 확대를 막았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인 합의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친 상태입니다. 양측은 선박 통항 자유를 보장한다고 했으나, 해협을 둘러싼 통제권 다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기뢰와 통제권, 정상화의 두 걸음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국제해사기구는 이란이 해협 주요 항로에 약 80개의 현대식 기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자성과 음향, 수압 센서까지 갖춘 이 기뢰들은 접촉 없이도 폭발하며 위치 파악과 제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일본 NYK라인의 최고경영자는 안전 경로가 극도로 제한돼 운항 규모가 수개월간 전쟁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은 해협 전체가 자국 관할이라며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오만과 협의해 우회 항로를 개설하는 등 맞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뢰 제거라는 실무적 난제와 통제권이라는 정치적 쟁점이 얽혀 있어 해협의 완전한 개방은 먼 얘기로 들립니다.
레바논의 불씨, 협상의 변수
도하 회담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건 레바논 전선입니다.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작전 중단을 미국과의 합의 이행 전제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즈볼라가 무장 해제를 거부하고 있어 소모전은 멈출 줄 모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작전을 이어갈 경우 이란이 이를 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일이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양측 모두 전면전 재개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위기와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고, 이란은 석유 수출 재개와 제재 완화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30일 회담에서도 큰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