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발 유가 충격, 정부 '최고가격제' 검토로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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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수정 · 2026년 3월 9일 오후 4:18

발행: 2026년 3월 8일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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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4년 만에 리터당 1900원을 넘어섰고, 경유 가격이 역전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가격 안정화 대책을 추진 중입니다. 한편, 정유업계를 향한 담합 의혹과 유류세 인하 등 대안적 주장도 제기되며, 정책 효과와 장기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석유값이 경제 위기 신호탄이 되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4년 만에 리터당 1900원을 돌파했습니다. 더욱 이례적인 건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인데요. 이는 화물차 등 상업용 수요가 탄탄한 경유의 공급 불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소비자들은 갑작스러운 유류비 폭등에 당황하고 있고, 이 위기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실물 경제 전반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했습니다.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죠. 그 핵심은 석유 제품에 대한 ‘최고가격제’를 신속히 도입하는 방안입니다. 이는 정유사나 주유소가 특정 가격 이상으로 기름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강력한 가격 통제 수단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민생 안정을 우선시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시장을 뒤흔든 '가격 역전'의 배경

유가 충격이 남긴 또 다른 흔적은 시장 질서의 일시적 혼란입니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역전한 것은 중동산 원유의 경유 추출 비율이 높아 공급 차질의 영향을 직접 받은 데다, 유럽의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더욱 주목할 전망은 수요가 적은 고급 휘발유의 가격 상승폭이 가장 작아, 오히려 일반 휘발유보다 저렴해지는 ‘역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제품별 수급 구조에 따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시장 왜곡 속에서 정유업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제 유가 변동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전쟁 발발 직후 가격이 급등한 점을 지적하며 담합과 가격 조작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가격상한제보다는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확대해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책 대안을 놓고 정치권 내에서도 논의가 분주한 상황입니다.

전방위 대응, 가격 안정화에 총력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위기를 민생과 경제의 이중위기로 인식하고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부는 ‘중동상황대응본부’를 가동해 24시간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가짜석유 판매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을 예고했습니다. 경남도와 경북도는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관내 주유소를 순찰하며 공정한 가격 표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격 통제라는 ‘경직된’ 수단과 시장 감시라는 ‘유연한’ 수단을 병행하며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과거에 발동 사례가 거의 없는 최고가격제의 실효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각 주유소의 원가 구조와 지역별 여건이 달라 일률적인 가격 상한선 설정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죠. 따라서 정부의 당면 과제는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에너지 수급 다변화와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체계 강화라는 근본적인 대책을 병행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중동 발 유가 충격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새로운 경제 리스크의 시작인지에 따라 향후 정책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