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아도 상폐 위기에
최근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이 코스닥 시장에 예상 밖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적이 괜찮은 기업들마저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오르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달부터 시가총액 기준이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되고,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에 대한 퇴출 요건도 신설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코스닥 상장사 75곳의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가 잇따랐는데, 이 중 20%인 15개사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한 기업들이었습니다. 사업은 잘하고 있는데 주가가 낮아 상폐 위기에 처한 셈이죠.
덕신이피씨, 에스에너지, 우리엔터프라이즈 등은 시가총액이나 주가 기준에 걸렸을 뿐 실제 영업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내 45거래일 연속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됩니다. 8월 12일 종가를 기준으로 23개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등 본격적인 퇴출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에는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될 예정이라 소형주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M&A 시장도 얼어붙나
상폐 기준 강화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냉각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최대주주의 구주 매각이 사실상 차단되는데요. 이는 매각 대금이 회사가 아닌 개인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기존 경영인의 엑시트 통로를 막는 부작용도 낳고 있습니다. 결국 매수자들은 구주 매입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기존 최대주주의 협상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7월 이후 코스피 12곳, 코스닥 78곳 등 총 90여 곳이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휩싸였습니다. 일부 기업은 주식 병합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근본적인 주가 부양 노력이 없다면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히려 병합 후 추가 조치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어 규제의 미묘한 허점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제도 보완과 협회의 역할
이런 상황 속에서 코스닥협회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회원사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협회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상근부회장을 맡는 낙하산 관행 때문에 리더십 부재를 겪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임기가 짧아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실질적 로비보다는 임기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것인데요. 상장폐지 기준이 시장의 건전성만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협회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절실해 보입니다.
벤처기업협회 등에서는 획일적인 시가총액 및 주가 기준 대신 기업 펀더멘털을 고려한 복합평가 방식 도입과 충분한 유예기간 부여를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시장 정화와 기업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