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이 다른 워싱턴의 이중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아주 곧" 끝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백악관에서의 기자회견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는 2~3주 내 미군이 이란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시한까지 내놓았습니다.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한 달 넘게 지속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조만간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움직임은 정반대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발언과 동시에 미군은 중동으로 세 번째 항공모함을 급파하는 등 군사력을 대규모로 증강하고 있었죠.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가 6천 명 이상의 병력과 함께 버지니아를 떠나 중동으로 향했습니다. 이로써 에이브러햄 링컨호, 제럴드 R. 포드호와 함께 해당 지역에 배치되는 미 항공모함은 3척이 됩니다. 여기에 육군 정예 82 공수사단 병력 수천 명과 해병대 2,500명까지 추가 투입됐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향후 며칠이 결정적"이라며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더 세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협상과 압박을 동시에 걸고 있는 '양면 전략'이었습니다.
증강되는 군사력과 우려 깊은 주변국
미국의 이 같은 이중적 행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걸프 국가들입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으로부터 2,500발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으며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UAE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과 연합군 구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의 무력 사용 승인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철수할 경우 생길 '권력 공백'에 대한 깊은 우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하고 발을 뺀다 해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며 통행료 징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에너지 시설 40곳 이상이 이미 심각하게 파손된 상태라,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따라서 걸프 국가들은 미국의 보호막 없이 이란과 마주해야 할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협상의 기로와 불확실한 미래
현재 협상의 최대 변수는 상호 불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란 측은 미국의 공격이 먼저 중단되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해 "상어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경고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과 파키스탄은 중재에 나서 즉각적인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항행 보장을 내용으로 한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비판보다는 외교적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2~3주'라는 시간 안에 실질적인 협상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만약 합의에 실패한다면, 헤그세스 장관이 경고한 대로 더 강력한 군사 행동으로 전환될 공산이 큽니다. 이미 B-52 전략폭격기가 이란 영토 상공을 비행하며 방공망 무력화의 신호를 보냈고,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확전에 가담할 경우 갈등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 그리고 이를 지켜보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지역 국가들의 움직임이 중동의 향후 안보 지형을 결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