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선 붕괴를 앞둔 원·달러 환율
10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1409원을 기록하며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7원 이상 하락한 건데요. 시장에서는 이제 1400원선 아래로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의 시작은 미국에서 전해진 고용 쇼크였습니다.
지난 7월 미국의 비농업 고용이 시장 예상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8만 명 증가를 기대했는데 정작 2만 3천 명이 줄었고, 앞선 두 달 고용 실적도 총 10만 명 넘게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이 소식에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크게 후퇴했고, 달러 가치는 급격하게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엔화 강세와 달러 공급 확대가 맞물렸다
원화 강세는 미국발 악재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조 가능성이 엔화를 끌어올렸는데, 이 여파가 원화에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환율 변동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원·엔 동조화 현상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국내 달러 수급 환경도 한몫했습니다. 6월 경상수지가 497억 달러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고, 7월 수출 역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ADR 조달자금 환전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달러 공급은 한층 넉넉해졌습니다.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1300원대 안착을 가로막는 변수
물론 환율이 무작정 내려가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1400원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수입업체들의 저가 매수 수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저렴해진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하락 폭을 일부 제한하고 있는 겁니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으로 촉발될 수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역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지지하는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300원대 진입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의 환율 개입 의지와 국내 수급 개선이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만큼, 중동 불확실성만 완화된다면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통화 시장은 예상 밖의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향후 물가지표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