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의 이면, 기반시설은 뒷전?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교통과 기반시설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남양주 덕소와 서울 강서 염창공원 등 전국 곳곳에서 신규 택지와 공공주택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정작 인프라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경기 남양주시 덕소 일대입니다. 정부는 지난 8월 13일 고려대 덕소농장 주변 228만㎡를 '남양주도심지구' 신규 택지로 지정했습니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2만 1,700세대의 주택과 바이오클러스터가 들어설 계획입니다. 하지만 현재 덕소리 시내 주요 도로는 왕복 2차선에 불과하고, 불법 주차와 버스 정차로 통행 여건이 상당히 열악합니다. 이미 진행 중인 12개 재정비촉진지구 사업으로 7,000여 세대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인데, 여기에 2만여 세대가 더 몰리면 교통대란은 불가피하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우려입니다.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방치되어 있던 옛 골프연습장 부지 5만 1,000㎡에 공공주택 1,000가구를 짓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훼손된 부지가 정비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좁은 진입도로와 고압 송전탑 문제, 한강 조망권 훼손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인근 아파트 재건축까지 겹칠 경우 교통 혼잡은 심각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걱정입니다.
정책 시행과 마주한 현장의 우려
이런 현장의 목소리는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선교통 후입주'를 요구하는 실질적인 합리적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남양주시는 예산과 부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LH와 협력해 광역교통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덕소의 경우 원도심 재개발과 신규 택지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계해 입주 전 교통망과 생활 기반시설을 우선 갖추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복잡한 토지 지분 정리와 보상 절차, 전력설비 이설 등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염창공원의 경우 LH조차 세부 추진계획을 설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을 정도로,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덕소 역시 주민대책위원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 갈등 해소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적 과제는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을 더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재명 정부의 8·3 세제개편안과 8·13 부동산 대책이 시장 과열을 유도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실련은 공공분양의 고분양가 문제와 민간임대 기업 특혜, 비아파트 신축 확대의 실효성 부족 등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공제 혜택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하고,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을 14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시가 20억원 미만 주택으로 수요를 몰리게 하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토지임대부 주택 확대와 세제 개편을 통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꾀하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를 개선해 과세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택 공급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의 실질적 주거 안정과 현장의 인프라 확충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공급 숫자를 채우는 것만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집을 짓고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