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받은 건축사, 두 달 뒤 또 심사위원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공정성을 흔드는 사례가 연이어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서울도시금속회수(SR)센터 현대화사업 설계공모에서 건축사 A씨가 심사위원에게 사전접촉을 시도하다 적발되었는데요. 이로 인해 A씨는 서울시로부터 견책 처분을 받았고, 해당 업체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A씨는 징계를 받은 지 겨우 두 달 뒤인 2025년 7월, 경기도교육청 발주 구리 갈매역세권중학교 설계공모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에도 평택 고덕8초등학교와 용인중앙시장 복합편의시설 공모 심사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징계를 받은 건축사가 불과 두 달 뒤 다른 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겁니다.
반복되는 불공정과 관리 사각지대
서울시의 사례만이 아닙니다. 2024년 3월 부천시 택시복지센터 건립공사 설계공모에서는 심사위원장이 공동응모 업체가 참여한 작품을 직접 심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결국 부천시는 당선작을 취소하고 해당 위원장을 제척했는데, 이는 심사위원의 제척 및 회피 의무를 위반한 경우였습니다.
2023년 10월에는 시흥시가 발주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배곧다목적체육관 설계공모에서 심사위원이 참가업체 3곳과 사전접촉한 사실을 스스로 밝혀 해촉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데에는 위반 이력을 정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발주기관마다 위반 이력을 따로 관리하다 보니, 한 기관에서 문제가 드러난 인물이 다른 기관에선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적인 허점이 있는 겁니다.
국토부 관리 감독의 시급한 과제
국토교통부는 개별 공모 운영이 각 발주기관의 관리 사항이라며, 직접 발주한 공모 외에는 위반자 관련 자료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기관 간 정보 공유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어, 위반자가 다른 공공 설계공모에 다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건축계의 불신은 상당히 깊은 상태입니다. 2024년 대한건축사협회 설문조사에서 정회원의 93.9%가 설계공모가 불공정하다고 답할 정도인데요. 부승찬 의원은 드러나지 않은 불공정 실태가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국토교통부의 강력한 관리 및 감독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건축계의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이제는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범정부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