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그날을 둘러싼 논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았는데요. 공범의 존재와 박정희 정권의 자작극 가능성을 암시하며 관객의 역사적 해석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은 곧바로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등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상영 금지와 법적 처벌까지 요구했는데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했다는 설명입니다.
뒤늦게 드러난 기록들
논란의 중심에는 1974년 그날의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은 사건 직후 워싱턴에 9건의 긴급 외교전문을 전송하며 긴박한 상황을 보고했는데요. 오전 11시 51분 첫 전문을 시작으로 사건의 진전과 혼선이 낱낱이 기록됐습니다.
문서에는 암살자 정체를 둘러싼 혼선도 담겼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문세광을 일본인으로 추정했고, CIA 한국 지부 소스는 그가 한국어를 구사하며 문세광이라는 이름을 쓴다고 전했습니다. 2025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수집된 51개의 비밀문서가 2026년 8월 국사편찬위원회에 공개되면서, 음모론으로만 다뤄졌던 박정희·중앙정보부 개입설을 재검토할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창작자를 향한 공격
논란이 작품을 넘어 개인을 향하자 영화계가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작품 평가는 필요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고 제작사와 배우, 스태프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이민호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SNS에는 비난 댓글이 쏟아졌고, 이민호 소속사는 부산국제영화제 토크 프로그램 참여를 취소했습니다. 협회는 논의가 작품 자체를 넘어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되는 것은 한국 영화의 건강한 제작 환경을 해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을 둘러싼 해석 차이는 앞으로도 반복될 겁니다. 다만 비판의 대상이 작품이냐 창작자 개인이냐를 두고 영화계 안팎의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