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집도는 여전히 먼 이야기
2026년 5월, 경주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외과 전공의 3년제 수련의 교육 성과를 평가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수련을 마친 전공의들은 기본 필수 술기를 혼자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이들을 지도한 전문의들은 전혀 다른 시선을 보였는데요. 지도전문의들은 현재의 3년 수련만으로는 독립적인 집도가 무리라고 평가했고, 고연차 전공의 상당수가 여전히 감독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봤습니다. 같은 수련 현장을 경험했지만 인식의 간극은 꽤 컸습니다.
이런 차이가 생긴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수련 기간과 근무 환경의 변화입니다. 2019년 도입된 3년제 수련과 전공의법에 따른 주 80시간 근무 제한이 맞물리면서, 실제로 수술대를 서거나 환자를 진료할 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사실 일본은 3년 수련 전후로 임상실습을 추가로 거치고, 독일은 6년의 도제식 교육을, 미국은 5년 이상 수련과 마일스톤 평가를 거치는데요. 한국은 짧은 기간 안에 핵심 역량을 모두 채워야 하는 구조라 교육의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전공의들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역량을 쌓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평가는 냉정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죠.
짧아진 시간이 낳은 공백
연구 결과,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모두 근무 시간 제한과 수련 기간 단축으로 인해 수술 경험이 감소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특히 외상 및 응급 대응 역량, 중환자 관리 능력을 키우기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문제는 이런 교육 공백이 단순히 술기 부족을 넘어 임상 판단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수련기관마다 교육의 질이 들쭉날쭉한 문제도 지적되었습니다. 현재의 기록 방식이 단순히 술기 시행 횟수를 세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로 해당 수술을 혼자 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체계가 없는 겁니다. 게다가 수련생들이 여전히 행정 업무나 병원 유지를 위한 단순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 교육에 집중할 여건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진료지원간호사(PA) 법제화가 되면서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일부 술기나 수술 기회가 대체되면서 오히려 전공의의 실습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역량을 보장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단순히 수련 기간만 늘리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체계를 '역량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먼저 외과 전문의가 갖춰야 할 인재상을 명확히 하고, 임상 판단력과 윤리성을 포함한 구체적인 역량 지표를 세우는 게 출발점입니다. 외과 전문의의 활동 범위도 상급종합병원을 넘어 지역 의료기관까지 확대될 전망인 만큼, 현장에 맞는 역량 정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국처럼 단계별 역량을 1단계부터 5단계까지 구분해 관리하는 마일스톤 시스템이나, 독일처럼 외부 전문의가 참여하는 구두시험을 도입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최소 수련시간'을 법제화해 기준을 충족하면 3년 안에 마치되, 역량이 부족하면 추가 수련을 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전임의 과정과 전공의 수련을 하나의 연속선상으로 설계하고, 병원 간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동수련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전공의는 근로자인 동시에 피교육자인 만큼, 수련 환경 개선과 전문 역량 교육이 함께 가는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건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