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품귀에 밀려난 서민들의 선택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의 매물 부족이 심화되면서 임차 수요가 빌라로 대거 이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4만 4,424건에서 20% 이상 줄어든 3만 3,583건으로 급감했는데요. 이처럼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립·다세대로 눈을 돌리는 서민층이 늘었습니다.
실제로 올해 1~4월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4만 9,67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직전 4개월 대비로는 13.4%나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빌라 시장마저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75.1%를 기록했고, 단독·다가구(84.9%)와 오피스텔(77.7%)의 월세 의존도는 더 높았습니다.
빌라 임대료, 15년 만에 최대 상승
수요가 몰리면서 빌라 임대료 상승 폭도 이례적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연립주택 전셋값은 전월 대비 0.44% 올라 1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1~4월 누적 상승률은 1.34%로 2011년 이후 15년 만에 같은 기간 기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월세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1~4월 누적 월세 상승률이 1.6%를 기록하며 2015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새로 썼는데요. 이에 따라 평균 월세액은 작년 54만 8,000원에서 56만 2,000원으로 올랐고, 평균 전세 보증금 역시 2억 3,323만원에서 2억 4,098만원으로 775만원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1~4월 빌라 갱신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은 32%로, 전년 동기 24.8%보다 7.2%포인트 크게 늘었습니다.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묶어 거주 기간을 연장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공급 부족 속 주거복지 대책 시급
빌라 시장의 불안은 공급 측면의 악재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올해 1~4월 전국 비아파트 착공 건수는 9,703채에 그쳐 2021년 동기 대비 71.5%나 급감했습니다. 부동산 PF 위기와 건설공사비 상승이 겹치면서 신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4월 서울 빌라 매매가격 상승률(0.62%)이 아파트(0.55%)를 앞질렀을 정도입니다.
정부는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올해 1~4월 계약 실적은 목표치의 10.4%인 3,200가구에 불과했습니다. 정부의 매입 기준가격이 상승한 토지비와 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민간 사업자의 매각 의지가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같은 월세화와 임대료 상승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고통을 줍니다. 국토연구원 분석 결과, 보증금의 50%가 월세로 전환될 경우 소득 1분위 가구의 주거비 비중은 14%에서 29.4%까지 치솟는데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소득의 3분의 1에 달하는 셈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임차급여와 수선유지급여 확대, 주택금융 지원 등 실질적인 주거복지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