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새벽,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골목에서 50대 남성이 약 4년간 교제하다 헤어진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스토킹을 신고한 뒤 경찰로부터 최고 위험 등급인 'A등급'으로 관리받고 있었으며, 접근 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은 상태였는데요. 정작 범행을 저지른 가해 남성은 닷새 전 스토킹 혐의로 약식 기소된 상태였음에도, 경찰의 위험도 평가 체계상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조차 신청되지 않았습니다.
최고 등급 피해자와 구속 제외된 가해자
사건 발생 한 달 전인 6월 8일, 피해 여성은 전 남자친구의 괴롭힘으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가해 남성은 경고장을 받은 당일부터 이틀간 15차례의 전화와 8차례의 항의 문자를 보내며 집요한 위협을 이어갔는데요. 이에 경찰은 피해자를 A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신변 보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평가는 달랐습니다. 관계성 범죄 위험도 평가 항목 9가지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해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가해 남성은 17년 전 폭행 전과 외에는 해당 사항이 거의 없었고,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 영장 미신청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최고 위험군으로 관리됐지만, 정작 가해자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스마트워치의 한계와 낮은 격리 인용률
범행 당일 피해 여성은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긴급 신고를 했고, 경찰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참변은 일어난 뒤였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피해자 중심의 사후 대응 체계가 가해자의 물리적 접근을 막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는데요. 현행법상 가해자를 격리할 수 있는 잠정조치 3-2호, 즉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처분은 가해자가 기존 조치를 위반해야만 신청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법원의 3-2호 인용률은 37.1%에 그쳤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스토킹 피의자 구속률은 3.2%에 불과했습니다. 사후 출동으로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사전 차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에서 가해자 격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해야 할 정도의 위험 상황이라면 오히려 가해자를 감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배상훈 우석대 교수는 위험도 평가 기준을 물리적 폭력 중심에서 가해자의 심리 상태와 집착 정도까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는데요. 사실 최근에는 가해자들이 법률 플랫폼 등을 통해 법적 경계선을 학습하며 대응을 전략화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기계적인 체크리스트만으로는 위험을 제대로 읽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경찰과 법무부는 기존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경우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합동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자를 감시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의 접근 자체를 막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