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잇는 경찰의 결단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인 2026년 5월 18일, 경찰청이 뜻밖의 발표를 내놨습니다. 과거 5·18 진압 공로로 정부포상을 받은 경찰관들의 서훈을 전수 조사해 부적절한 경우 취소하겠다는 겁니다. 이미 70여 건의 서훈이 취소됐지만 모두 군 관계자였고, 경찰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불의에 항거한 선배 경찰관들의 희생정신을 계승하겠다”며 “과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5·18 당시 경찰 내부에는 극명한 두 가지 선택이 있었습니다. 안병하 전 전남경찰국장과 이준규 전 목포경찰서장은 신군부의 강경 진압 지시를 거부하고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안 국장은 문책 대상이 돼 경찰 옷을 벗어야 했죠. 반면 후임으로 부임한 송동섭 전 경무관은 부하들이 자위권 행사를 주저하자 질책하며 강경 진압을 주도했고, 1983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이런 진압 공로자 9명의 훈·포장이 40여 년째 유지된 게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서훈 취소, 왜 지금인가
경찰청이 이번에 전수조사에 나선 건 5·18 특별법 제7조에 근거합니다. 이 조항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받은 상훈은 취소·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방부를 중심으로 군 관계자만 집중 점검되면서 경찰 등 일반 공무원에 대한 청산은 상대적으로 미뤄졌습니다. 이상희 변호사는 왜곡된 민심 보고나 탄압 수단으로 활용된 활동도 서훈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올해 3월부터 경찰청은 창설 이후 수여된 7만 건의 서훈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 중입니다. 송동섭 전 국장 외에도 함평·여수·경북 등에서 진압 및 참상 수집, 불순 세력 방지 명목으로 훈·포장을 받은 9명의 서훈이 주요 대상입니다. 유재성 직무대행은 “14만 경찰관이 헌법과 인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웅을 기억하는 두 가지 방식
같은 날 전남경찰청은 안병하 공원에서 추도식을 열었습니다. 80여 명이 참석해 묵념·헌화·추모사를 하며 1980년 그날의 용기를 기렸습니다. 전범석 전 전남경찰청장은 “총칼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한 선배들의 용기와 양심을 오늘의 경찰이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순직한 정충길 경사와 이세홍·박기웅·강정웅 경장도 함께 추모됐습니다.
한편 경찰청의 서훈 취소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동시에,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게 경찰 조직의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징계를 넘어, 5·18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