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단 또 출범했는데…기구만 네 개?
경찰청이 지난 9일 '국민참여·현장동행 경찰개혁단'을 출범시키며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개혁 100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는 11월까지 전국 순회 국민경청회와 온라인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사안별로 시민배심원 제도를 도입해 정책 적정성을 평가할 계획인데요. 현장 경찰관들의 고충을 듣는 제안 창구와 TF도 함께 운영됩니다.
문제는 이미 비슷한 성격의 개혁 기구가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수사본부 산하 수사개혁위원회는 상피제 개선과 내부비리 수사 강화를 논의 중이고,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과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구성 중인 총리실 산하 기구까지 포함하면 개혁 논의 주체가 총 4곳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기구 난립이 오히려 혼선을 키우고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요. 특히 조지호 전 청장 직무배제 이후 세 번째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는 등 경찰청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과연 누가 개혁을 책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실 수사와 2차 가해…피해자들이 털어놓은 쓴소리
개혁의 명분이 커진 건 최근 잇따른 부실 수사 논란 때문입니다.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이 주최한 간담회에서는 안산 주점 준강간 사건 유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경찰의 조사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피해자가 만취 상태에서 한 차례 진술한 것이 조사의 전부였고, 제출한 녹음 파일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유족들은 수사 진행 상황을 물으면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는 등 소통 부재가 심각하다고 호소했고, 지원단체들은 수사 매뉴얼에 얽매인 채 CCTV나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 확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기 전 피해자가 반박할 기회를 보장하고, 범죄피해자보호법 강화와 전담 부서 설치가 시급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임미애 의원은 피해자에게 가장 강력한 보호 정책은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라며 제도 보완을 약속했습니다.
비대해진 경찰권, 민주적 통제는 어디까지 왔나
검찰청이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되면서 경찰은 국내 최대 수사기관으로 부상했습니다. 수사권이 커지는 만큼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국가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의 실질적 합의제 기관으로 격상하고, 경찰청이 사무를 대행하는 종속적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상식 의원 등은 영국의 IOPC와 같은 독립적인 외부 감찰기구 설치와 함께, 경찰청장 외부개방형 임용제 전환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3만여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필요성도 거론됩니다. 다만 이런 제도적 보완과 함께 현장의 수사 역량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점은 피해자 지원단체와 전문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폐지되는 가운데,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