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5조, 나스닥으로 간다
SK하이닉스가 오는 7월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합니다. 회사는 6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최대 1,779만 주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의결했는데요. 종가 기준 예상 발행가는 255만 5,000원, 조달 규모는 최대 45조 4,535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2.5% 수준으로, 국내 공모 없이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순수 달러화 거래로 진행됩니다.
상장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대 상승을 기록했고, 다음 날 정규장에서는 10% 급등했습니다. 삼성전자도 5% 오르며 반도체 대형주 전반에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결국 이번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 메모리 기업의 몸값을 다시 쓰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
'재평가'가 핵심 키워드
증권가들이 이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74배로 경쟁사 마이크론의 9.13배보다 낮았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AI 메모리 강자로 인식되면서도 밸류에이션에서는 디스카운트를 받아온 셈인데요. 미래에셋증권은 "나스닥 상장 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편입 가능성이 열렸다"며 목표주가를 380만 원에서 420만 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삼성증권도 목표주가 350만 원을 제시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나스닥100 지수 편입 시나리오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6년 12월 정기 변경 시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는데요. SOX 지수는 2027년 9월, ICE 반도체 지수는 좀 더 이른 시기에 편입이 예상됩니다. 지수에 올라타면 추종 ETF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되는 만큼, 초기 편입 비중이 작더라도 시가총액 확대 → 비중 상승의 선순환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 산업 전체의 지각 변동
이번 움직임은 경쟁사에도 파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414억 달러를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고,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수급 부족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시사했습니다. 일본 키옥시아의 ADR 상장, 중국 CXMT의 상하이 스타마켓 IPO(기업공개)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글로벌 메모리 밸류체인의 미국 시장 수렴이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ADR과 국내 원주의 전환 비율은 0.1로 고정되어 있어, 프리미엄이 붙어도 신규 전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조달 자금이 시설 투자에 전액 투입될 예정인 만큼, 단기 주주 가치 측면에서는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 효과가 불가피합니다. 결과적으로 SK스퀘어의 지분율도 20.5%에서 20%로 소폭 낮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증권가들은 "내부 현금이 절약돼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여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실익을 더 크다는 판단을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