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확보에도 답을 찾지 못한 두 달
6월부터 연세대 신촌캠퍼스 인근 안산 자락길에 검은 복면을 쓴 알몸 남성이 나타나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음란 행위를 벌인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6월 12일 기숙사 인근 성추행 신고를 시작으로 7월과 8월에도 비슷한 수법의 범행이 이어졌는데요. 경찰은 현장에서 DNA 증거까지 확보했지만 기존 범죄자 정보와 일치하지 않아 신원 특정에 어려움을 겪었고, 두 달 넘게 수사가 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8월 24일 오후, 같은 지역 산책로에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신체를 노출한 60대 남성이 범행 현장에서 직접 체포되었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단순히 소변을 보기 위해 옷을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 남성이 그동안 추적하던 복면 알몸남과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DNA 채취와 정밀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범인을 특정할 결정적 단서가 이미 확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원을 밝히지 못한 채 두 달이 흘렀다는 점에서 수사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캠퍼스 안전을 둘러싼 학생들의 불만
사건이 반복되면서 연세대 학생들의 불안감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첫 신고가 접수된 뒤에도 뚜렷한 진전이 없자 학교 측의 안전 관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는데요. 학생들은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서야 안산 출입구 잠정 폐쇄나 가로등 조도 상향, 순찰 강화 같은 조치가 나왔다며 뒤늦은 대응을 지적했습니다. 학교 측이 일부 사건 발생지를 캠퍼스 외부로 규정한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연세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도 지난 5월과 6월에 재학생에 의한 화장실 불법촬영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낮은 칸막이나 부실한 시설 관리가 지적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일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학의 뒤늦은 대응이 캠퍼스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환경 개선
전문가들은 대학 캠퍼스의 범죄 예방 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강석진 경상국립대 교수는 대학의 안전관리가 화재나 소방 대응에 치우쳐 있어 범죄 예방 측면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CCTV를 늘리는 것을 넘어, 사각지대를 없애는 환경 디자인 도입과 관목 높이 조절을 통한 시야 확보, 그리고 어두운 곳을 밝히는 조명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은 대학이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환경입니다.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사건 이후의 대응보다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구조적인 방범 시스템 정비가 시급합니다. 경찰의 수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캠퍼스 안전을 위한 제도적 개선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