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분쟁의 새 축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비트코인으로 징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조치는 미국과의 휴전 합의 기간 중에 나온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내용이 아니다"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등 긴장감을 높이고 있죠. 이란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통행료 징수를 넘어, 미국의 경제 제재를 우회하고 자국의 암호화폐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특히 하루 선박 통과량을 15척으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은 전쟁 전 통행량의 10분의 1 수준이라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복잡합니다. 처음에는 이란과의 공동 통행료 징수 구상을 검토했으나, 석유업계의 강한 반발과 국제법 위반 논란, 페트로달러 체계 약화 우려 등으로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했죠. 오만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 자연 통로이므로 통행료 부과는 국제 해상 운송 협약 위반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습니다.
제재 뚫은 생명줄, 암호화폐
이란이 통행료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한 배경에는 암호화폐가 가진 특수한 위상이 있습니다. 지난해 이란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약 11조 5천억 원에 달해 GDP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는데요. 국제사회의 포괄적 제재 아래에서 암호화폐는 이란 경제의 실질적인 생명줄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비트코인 채굴을 주도하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무기 구매와 원자재 조달 등에 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죠.
이란 중앙은행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약 8,400억 원 규모로 매입하며 무역 결제와 자국 통화 가치 방어에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시장이 연간 11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조치가 이란 내 암호화폐 유동성을 대폭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막대한 통행료 수입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면 이란 크립토 경제에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시장의 반응
하지만 이 전략의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난관이 많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이 유가 연동 결제나 중국 디지털 토큰 사용 등 혁신적 방안을 제안했지만, 통행료 체계 자체가 전시 상황에 국한된 일시적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왕 이웨이 소장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가 이란의 최후의 카드라며, 안보 상황이 통행 재개의 진정한 전제 조건이라고 평가했죠. 또한 해운 업계는 짧은 기간 내 대규모 암호화폐를 조달하는 기술적·운영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실질적인 이행 단계에서 마찰이 예상됩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러한 지정학적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행료 부과 중단을 요청하자 비트코인이 7만 1,000달러 선으로 반등하는 등 등락을 거듭했는데요. 그러나 시장 심리 지수는 여전히 '극단적 공포' 상태를 나타내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도 혁명수비대의 암호화폐 거래를 도운 해외 거래소를 제재하며 감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이란의 크립토 경제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 여부는 국제 정치적 역학에 크게 좌우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