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실신과 사망
지난 17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20대 여성 참가자가 달리던 중 전신 쇠약과 고열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습니다. 소방당국이 병원으로 이송했고 치료 뒤 퇴원했는데요. 경주시는 대회가 큰 부상자 없이 마무리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같은 달 11일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달리기' 하프코스에서는 20대 여성이 결승선 약 500m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이튿날 숨졌습니다. 지난달 19일 강원 춘천 산악마라톤에서도 40대 남성이 심정지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사망했고, 울산마라톤에서는 21명이 탈진 등으로 병원 이송됐습니다. 짧은 기간에 사고가 겹치면서 대회 안전 관리와 참가자 건강 확인이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기록 경쟁이 부른 위험
전문가들은 완주와 기록에 대한 부담이 몸의 이상 신호를 무시하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는 유튜브에서 "건강을 위한 러닝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달리기가 되고 있다"며 충분한 수면과 심리적 준비 없이 대회에 나서는 태도를 경계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도 심장질환자나 가슴 통증 경험자, 실신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한 뒤 참가하고, 달리는 중 가슴 통증이나 어지럼,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즉시 멈춰 도움을 요청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대회 운영의 안전 장치에도 있습니다. 기온과 습도, 참가자 체력 수준을 고려한 출발 통제와 의료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애도런을 둘러싼 갑론을박
서울 대회에서 숨진 러너를 기리기 위해 일부 참가자들이 운동 기록을 인증하며 '애도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은 500m를 우리가 뛰겠다"는 글도 나왔는데요. 유족 동의 없이 고인 정보와 사진을 공개하는 방식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비판과, 러너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추모 문화라는 반론이 맞섭니다. 추모의 진정성과 유족의 사생활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은 셈입니다. 당국과 주최 측은 참가자 교육과 응급 대응 체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