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 때 당국이 직접 배율을 조정한다
금융당국이 증시 변동성이 커질 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을 직접 낮출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 5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2배 추종하는 상품이 출시된 이후 시장의 출렁임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는데요.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수익자총회 없이도 배율을 한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을 마련했습니다.
기존에는 레버리지 배율을 바꾸려면 출석 수익자 과반과 전체 계좌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채우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당국이 직권으로 배율을 1.5배나 1배로 낮출 수 있게 된 겁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의 사례를 참고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 제도를 확정했다고 하니,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기대됩니다.
해외에서는 7초 만에 841억 원이 사라졌다
국내에서 레버리지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해외 코인 시장에서는 훨씬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의 무기한선물 시장에서는 에스케이하이닉스를 최대 50배,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최대 25배로 추종할 수 있는데요. 실물 주식이나 주주 권리 없이 주가 움직임만을 맞추는 구조라 투기적 성질이 매우 강합니다.
지난 7월 28일에는 한국의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에스케이하이닉스 주식이 하한가에 체결되는 단순 주문 실수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정규장 개장 전의 일시적 현상이라 시장이 금방 회복됐지만, 탈중앙 거래소 하이퍼리퀴드는 이 오류 데이터를 기준 가격으로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에 베팅했던 960개 계좌가 불과 7초 만에 강제 청산됐고, 약 841억 원에 달하는 자산이 순식간에 날아갔습니다. 무기한선물이 실물 자산 없이 고배율만 얹은 구조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고였죠.
규제 강화와 투자자의 자율적 선택
이번 긴급조치권 도입은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취지가 분명합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개인별 투자 한도도 총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할 방침입니다. 당연히 과도한 변동성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막고, 소액 투자자들이 무분별한 고배율 상품에 노출되는 걸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국내 규제가 강해진다고 해서 레버리지 투자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규제가 덜한 해외 코인 거래소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고, 그곳에서는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파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인가된 취급 창구가 없어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데다, 자동 청산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순간에는 보호 장치가 거의 없으니까요.
사실 레버리지 상품은 수익을 키울 수 있는 도구이지만, 그만큼 손실도 배로 늘리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투자자들은 국내든 해외든 고배율 상품에 접근할 때 시스템 리스크와 자신의 감내 한계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