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의 발상지에서 나온 경고
레오 14세 교황이 프랑스 메츠를 방문해 유럽 지도자들을 향해 전쟁을 대화와 협상으로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각국 인사들이 자리한 연설에서 교황은 개인과 국가 사이의 관계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는 약속의 가치가 무시되고 거짓과 속임수가 당당하게 드러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전쟁의 뿌리가 인간관계의 악화에 있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대목입니다. 교황은 유럽이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 흐름을 끊어내야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독교 뿌리와 다자주의라는 해법
교황이 메츠를 택한 배경에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메츠는 유럽 통합 논의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지역인데요. 그는 유럽이 기독교적 뿌리와 대화의 전통 위에서 갈등을 풀어온 역사를 되짚었습니다.
국제법과 다자주의가 국가 간 평등을 지탱하는 축이라며, 지배욕을 억누르는 가장 강력한 해독제라고 언급했습니다. 과거에서 가장 좋은 면을 끌어내 이를 새롭게 재창조할 때 유럽이 번영했다는 겁니다. 종전 협상 과정에서는 평화를 위해 기꺼이 양보할 용의가 있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바티칸 문장 새긴 전용기
이번 방문은 이동 수단에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에어프랑스가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레오 14세 교황과 추기경단, 공식 취재진을 태우고 에어버스 A321 특별기를 운항한 건데요.
기체 외부와 기내에는 바티칸 시국 공식 문장이 적용됐습니다. 에어프랑스가 교황 전용기를 띄운 건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콩코드편을 시작으로 1996년과 2008년에도 이어진 전통입니다. 교황의 프랑스 방문 자체는 18년 만이자 레오 14세 취임 후 처음입니다.
일정에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 역대 교황 최초의 파리 유네스코 본부 방문, 현지 신자들과의 만남이 포함됐습니다. 교황은 이번 순방에서 국제사회 협력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로마로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