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번진 캐나다 산불 갈등
캐나다 전역에서 9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하면서 발생한 연기가 미국 중서부와 동부까지 확산됐고, 대기질 경보가 발령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뉴욕과 워싱턴에서는 '코드 퍼플' 단계의 최악의 대기질이 기록되었고, 1억 명 이상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의 산림 관리 부실을 '고의적 과실'로 규정하고, 대기오염 비용을 기존 관세에 추가하겠다고 주장하며 캐나다를 압박했습니다.
캐나다는 즉각 반발에 나섰습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 캐나다가 250명의 소방대원과 항공기, 장비를 지원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불과 1년 만에 이웃의 도움을 잊은 미국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양국은 1982년 체결한 상호 소방 지원 협정 아래 수십 년간 서로의 산불 진화를 지원해 온 사이입니다. 캐나다는 2020년 미국 산불 당시 594명의 인력을 투입했고, 미국도 2023년 캐나다에 2,000명 이상의 인력을 파견한 바 있습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번 산불이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현상이라며 특정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을 덮친 극한 기상의 공명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미국 전역을 강타한 동시다발적 극한 기상이 있습니다. 서부 15개 주에서는 68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151만 헥타르가 소실됐고, 동부에는 캐나다산 연기까지 더해져 심각한 대기 오염이 발생했습니다. 맨해튼·브루클린·퀸즈 지역에서는 시간당 50mm의 집중호우까지 쏟아지며 침수 피해가 이어졌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이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텍사스 남부에서는 사흜 연속 68cm 이상의 폭우로 2명이 사망하는 등 재난이 잇따랐습니다.
기상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기후변화로 인한 제트기류의 '공명(resonance)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에 따르면 제트기류의 거대한 파동이 특정 위도대에 갇히면서 극단적 날씨가 장기간 지속되는 빈도가 1950년대 이후 세 배로 늘었습니다. 따뜻해진 대기가 토양 수분을 빼앗아 산불을 키우는 동시에,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었다가 한꺼번에 폭우로 내뱉으며 상반된 기상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무역 갈등과 월드컵이라는 변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실제 이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미 연방대법원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갈등은 캐나다와의 무역 관계뿐 아니라 외교 전반에 걸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51번째 주 편입을 거론하는 등 지속적으로 캐나다를 압박해 왔습니다.
특히 이번 산불 연기는 19일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도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경기 당일 공기질이 '보통'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 측은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개입 의혹이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반면 캐나다 같은 동맹국에는 강경한 '선택적 강경론'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만찬과 관세라는 상반된 대응이 외교적 불균형을 드러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