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명의 이름을 되찾다
2018년 북한이 송환한 유해 상자에서 미군 112명의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최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설명회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했는데요. 당시 북한이 넘긴 55개의 상자 안에는 최소 250명 이상의 유해가 담겨 있었고, 첨단 DNA 분석 기술과 치아 기록, 전투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대조한 끝에 112명의 이름을 찾아낸 것입니다. 확인된 유해 가운데 90구는 이미 한국 측에 인계되어 봉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한미 양국은 비무장지대(DMZ) 안에서의 유해 발굴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봄부터 DMZ 내 조사를 재개했으며, 단순 조사를 넘어 본격적인 발굴과 수습 작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달 말에는 부산 앞바다에서 실종된 공군기 잔해를 찾기 위한 수중 조사팀도 파견될 예정인데, 한국 해군의 함정과 잠수 장비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닫힌 북한의 문
아쉽게도 북한 지역에 남아 있는 유해 수습은 여전히 교착 상태입니다. 북한 영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군 실종자는 5,300여 명에 달하는데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관련 협의가 사실상 중단되었고, 2018년 9·19 군사합의로 추진된 DMZ 공동 발굴도 북한의 불참으로 무산된 상태입니다. DPAA의 켈리 맥키그 국장은 2019년 3월 이후 북한군과의 대면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 7년 넘게 모든 차원에서 소통을 시도했지만 북한은 철저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맥키그 국장은 이러한 태도를 두고 범죄이자 무책임한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참전용사와 전투 목격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지형마저 변하면서 매장지 추적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전사자 유해 송환만큼은 정치적 갈등과 분리해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끝까지 찾겠다는 약속
한국 정부도 보훈 외교의 폭을 넓히며 미수습 미군 유해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가보훈부는 미국 DPAA와 국제보훈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종자 유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교류 프로그램과 추모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수습 미군 7,359명을 기억하는 '7,359, 끝까지 찾아야 할 성조기' 캠페인도 시작했는데요. 과거 국군 전사자 유해 수습을 위한 태극기 캠페인의 취지를 이어받아, 성조기 모양의 배지에 일련번호를 새겨 미국 유족과 국민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오마하에서 열린 전쟁포로·실종자 가족 만찬에는 해럴드 다운스 중위의 딸 도나 녹스 씨와 아들 릭 씨도 참석했습니다. 26세의 나이로 한국전쟁에 나갔다가 북한 상공에서 추락한 아버지를 딸 도나 씨는 언젠가 돌아오실 것이라 믿으며 평생을 기다렸다고 말했습니다. 아들 릭 씨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아버지의 군용기가 추락한 북한 지역을 직접 찾아가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강윤진 보훈부 차관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영웅으로 칭송하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한미 양국은 마지막 한 명의 이름을 찾아내기 위해 여전히 길 위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