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빼려다 생긴 구멍
기초연금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예산 효율화를 명분으로 제도를 손질해 왔는데요. 하지만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선별 지급 방식과 낮은 소득대체율이 맞물리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5%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기초연금이 이를 보완하지 못하면서 노후 소득 보장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효율성을 이유로 손질한 제도가 오히려 사회 안전망의 허점을 키우고 있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여전히 35%에서 45% 사이를 맴도는 현실은 이런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굴 위한 선별 지급인가
문제는 지급 대상을 가리는 방식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현재 소득 인정액 산정 방식은 실소득의 절반 정도만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자산이나 소득이 있는 노인들까지 수급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한정된 재원이 넓게 흩어지면서 정작 극빈층 노인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초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합쳐도 월 80만 원 수준에 머무는 노인들은 기본적인 식비와 병원비조차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분산된 지원은 정작 절박한 노인들의 손에는 제대로 닿지 않고 있습니다.
재정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기초연금 예산은 2024년 20조 2천억 원에서 2045년에는 71조 7천억 원으로 약 3.5배 급증할 전망입니다. 예산 규모는 세 배 이상 불어나는데, 빈곤 완화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죠. 연금 수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 3년의 공백 기간 역시 OECD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취약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정치의 벽 앞에 멈춰선 개혁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공공연한데도, 정치권은 17년째 같은 기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소득 하위 70%라는 지급 기준은 2009년에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는데요. 노인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신중한 태도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연금 개혁이 진짜 어려운 건 숫자를 만지는 일이 아니라 정치 의지를 세우는 일입니다.
연금 전문가들은 지급 대상을 저소득층 노인으로 좁히는 대신, 최저 보장액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빈곤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복잡성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여전히 35%에서 45%에 달하는 현실을 볼 때, 단순한 대상자 조정을 넘어 근본적인 소득 보장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