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3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차세대 전고체전지 사업에 대한 투자와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도권 경쟁 속에서의 생존 전략으로 읽힙니다.
ESS로 눈길 돌린 배터리 3사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1조원 규모 ESS 사업 추진과 더불어 북미를 중심으로 한 ESS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회의 창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소법)의 FEOC(우려 외국기업) 규정이 강화되면서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한 공급망 구축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는 국내 배터리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SK온은 최근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LFP 배터리 소재 국산화를 내세워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따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국내 생태계와 손잡고 비중국산 공급망을 빠르게 구축해 가는 전략입니다.
전고체전지, 차세대 기술 선점 경쟁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기술로 전고체전지에 대한 경쟁도 뜨겁습니다. 한국은 이 분야 특허 출원 증가율에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상위 10개 출원인 안에 한국 기업이 4개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3년간 출원 증가율 1, 2위를 차지하며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까지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핵심 기술로 건식 전극 공법을 꼽습니다. 이 공법은 공정 비용과 시간을 줄여 양산성을 높이는 데 유리한데요. 전고체전지는 에너지 밀도 향상과 안전성 강화로 전기차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등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공급 과잉 시대, 생존 전략은?
미국 내 배터리 3사의 생산 능력은 2027년까지 급증할 전망이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동률 저하와 비용 부담 증가가 우려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3사의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되며 수익성 악화를 드러냈습니다. 이런 위기감이 ESS와 전고체전지에 대한 투자를 촉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죠. ESS는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전환하거나 확장하여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고, 전고체전지는 기술 선점을 통해 미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결국 두 축 모두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 고도화라는 메가트렌드에 대응하는 동시에, 당장의 실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지입니다. 공급 과잉 우려는 위기이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