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기싸움 끝에 도출된 합의점
미국과 이란이 106일간의 전쟁을 끝맺기 위한 종전 양해각서에 전자 서명을 마쳤습니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면 서명식을 갖고 본격적인 후속 협상에 들어갈 예정인데요. 겉으로는 전쟁 종식이라는 역사적 합의가 도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협상 과정은 끝까지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서명 방식과 시기를 두고 미국과 이란은 마지막까지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0세 생일인 14일에 맞춰 종전을 발표하려는 미국 측 의지에 이란 혁명수비대는 반발했고, 이란은 자국 시간 기준 15일 0시까지 관련 발표를 의도적으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4일 오전에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를 전격 공습하며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강하게 비난했고, 이 긴장감이 오히려 양국을 서둘러 합의문 작성으로 이끄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풀리지 않은 뇌관, 호르무즈와 레바논
종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건과 이스라엘군의 철수 여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행료 없는 전면 개방을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안전 관리 명목의 서비스 수수료를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정상화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란이 설치한 기뢰 제거에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500여 척의 대형 선박들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불가피합니다. 한편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점령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포로 송환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미국 고위 관계자 역시 이스라엘군 철수가 합의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밝혀, 남부 전선의 교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경제의 숙제는 여전히 남았습니다
미·이란 종전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락했습니다. 서텍사스 중간유는 장중 8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일부 투자은행은 연말 70달러, 내년에는 60달러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중동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 리스크가 생존 문제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전쟁 기간 현대차그룹과 대한항공, HMM 등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물류 경로를 우회했는데, 항차당 100만 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나프타와 헬륨, 브롬 등 산업 원료의 상당수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 제조업은 공급망 중단이 곧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를 경험했죠. 건설업계는 중동 수주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동안 급등한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달러-원 환율 역시 종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의 구체적 진전이 없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경계심이 지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