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빼고 마통 뚫는 '빚투' 열풍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를 합산한 하루 평균 잔액은 61조 9,084억 원에 달했는데요.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0조 원 선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특히 6월 24일에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만 38조 6,328억 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기준으로는 더 높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자금 쏠림은 은행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 2일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 7,742억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틀 만에 4,930억 원이 급증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은 18조 원 넘게 빠져나갔습니다.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예금을 깨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끌어쓰는 패턴이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한은도 경고한 레버리지 투자 위험
한국은행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투자 열기를 넘어선다고 보고 있습니다. 4월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 잔액 비율은 0.80%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10월의 전고점 0.76%를 넘어섰습니다. 이후에도 0.8~0.9%대의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어 고위험 투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한은은 주가 상승이 반도체 중심의 기업 실적 호조라는 견고한 펀더멘털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증가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주가가 크게 조정받을 경우입니다. 반대매매와 환매가 급증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확대되고, 이것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변동성 완화장치 발동 건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코스피 일중변동률도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증권사 이자 수익 급증과 불안한 불장
빚투 열풍의 다른 쪽에서는 증권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 8~9%대의 신용융자 이자율을 적용해 추산한 2분기 증권사 이자수익은 총 1조 3,603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8.7% 늘었습니다. 투자자들이 대출 이자를 감수하며까지 주식에 뛰어든 덕분에 증권사들은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부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고 있어 대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빚으로 밀어붙인 투자가 조정 장에서 어떤 파장을 낳을지는 주목해야 합니다. 레버리지가 시장 상승기에는 수익을 키워주지만, 하락기에는 손실을 배가시키는 양날의 검인 만큼 과도한 빚투는 개인과 시장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