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3초의 메모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펼친 수첩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첩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요.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우원식 전 국회의장 등의 이름이 보였고, 특히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이름 옆에는 'OUT'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포착되었습니다.
김 대표는 이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을 99.99%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황과 맞물린 발언인데요. 공직선거법상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판결 결과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법부 겁박인가, 정치적 전망인가
국민의힘은 김 대표의 수첩 메모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재판 결론을 멋대로 예단하고 보궐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법부를 압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판결 전에 결과를 자의적으로 예단하고 선거판을 짜는 행태는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주장입니다.
또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회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도 문제 삼았습니다. 예산안 처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공직자로서 염치를 저버렸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단순한 메모 한 줄을 붙잡고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용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는 정치적 전망일 뿐이라며, 국민의힘의 주장을 억지 호들갑으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한동훈 의원이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나경원 의원의 공소 취소를 부탁받았던 사례를 들어, 자신들의 일에는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만 엄격한 이중잣대를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양측 모두 법치주의와 공정성을 내세우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내 갈등과 불투명한 선거 전망
이번 수첩 파문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후보군 명단에 이름이 포함된 정청래 전 대표는 불쾌감을 표출하며 전당대회 이후에도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경쟁자인 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는데요. 일부 평론가들은 이를 하수의 전략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서울이라는 상징적 지역에서 승리를 노린다면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보궐선거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서울에서의 승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 대통령 지지율은 29%에 불과했고, 민주당은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3연속 패배를 겪었습니다. 부동산 민심 악화와 낮은 지지율 속에서 보궐선거가 열리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수첩 하나로 시작된 논란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도의를 둘러싼 복잡한 쟁점으로 번지고 있습니다.